[준PO] '구도 부산'의 두 얼굴, 예매표 취소와 오물 투척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0.10 11: 00

 '구도(球道)' 부산의, 야구 열정에 관해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롯데 팬들은 두 얼굴을 보여줬다. 8~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명승부가 이어진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의 씁쓸한 장면이었다.
롯데는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모처럼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는 부산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사직노래방'을 만든 그들 아닌가. 게다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경남 지역 라이벌 대결. 부산 경남 야구팬들에겐 축제였다.
롯데와 NC는 1~2차전에서 축제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1차전 최종 스코어는 9-2로 끝났지만, 연장 10회까지는 2-2 팽팽한 접전으로 수준 높은 경기 내용이었다. 2차전은 1-0, 투수전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2경기 모두 9회가 끝날 때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몰입감이 대단했다.

시리즈를 앞두고 양팀 선수단은 '축제' 분위기를 유도했고, 그에 걸맞은 경기로 보답했다. 박민우(NC)는 "축제이고, 잔치인 만큼 경남 지역의 많은 팬들이 오실거라 생각한다. 멋진 경기를 선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호(롯데)는 “포스트시즌을 부산과 창원에서 하는데, 부산 경남 야구 팬들에게는 축복인 것 같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면 후회가 없을 것 같고, 팬들 역시 다 같이 응원해줄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기대대로 1차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경기 시작을 한 시간 앞두고 사직구장 2만 6000석이 모두 팔렸다. 롯데 팬들은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사직구장 앞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1차전 10회까지 팽팽했던 경기는 11회초가 끝난 후 9-2로 일방적인 스코어가 됐다. 3-2로 균형이 깨지고, 2사 만루에서 나성범의 밀어내기 볼넷 때 포수 강민호가 공을 잡지 못하고 뒤로 빠뜨렸다.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5-2로 벌어졌다. 볼넷으로 다시 2사 만루가 됐고, 모창민 타석에서 돌발 상황이 생겼다.
이 때 1루측 롯데 덕아웃 뒤쪽의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를 향해 소주 페트병을 투척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롯데 패배가 유력해지자 관중 한 명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 타석 근처까지 날아가 자칫 아찔한 장면이 나올 뻔 했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일으킨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이 관중은 보안 요원에 의해 퇴장당했고, 관할 경찰서에 인계됐다. 롯데측은 "경찰에서 조사받고 벌금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1차전 연장 11회 7실점하면서 롯데가 패배하자, 2차전을 앞두고 뜻밖의 상황이 또 있었다. 2차전 티켓이 매진됐으나, 밤 사이 예매 취소표가 약 1400매 정도 쏟아져 나왔다. 1차전 패배에 실망한 롯데 팬들의 취소가 이어진 것. 뜨겁게 반응했다가 차갑게 식어버린 팬심이었다. 5년 만에 가을야구를 즐기는 자세로서 아쉬웠다. 예매표 취소 소식에 롯데 선수들의 마음이 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2차전은 매진에 실패했다. KBO는 예매 취소 티켓의 현장 판매를 공지했고,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낮 12시부터 현장 판매가 실시됐다. 그러나 오후 2시에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현장에서 약 500매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2차전 입장 관중은 2만5169명, 만원 관중에 831명이 모자랐다. 1차전에선 붉은 동백 유니폼을 입은 롯데 팬들이 가득 찼던 3루 내야석 상단 관중석이 2차전에선 듬성듬성했다.
1-0 한 점 차 짜릿한 승리로 1승1패 균형을 맞춘 롯데 선수단의 화이팅을 직관하지 못한 예매표 취소자들이 패자였다. 
/orange@osen.co.kr [사진] 부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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