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다승왕(14승)을 차지하면서 가을야구를 맞이했던 롯데 조정훈. 조정훈은 당시 2009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2실점 역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악마의 포크볼’로 불리는 마법의 구종이 두산 타자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렸다. 하지만 이후 롯데의 가을에서 조정훈의 포크볼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이 포크볼은 조정훈이 보낸 인고의 시간과 함께 봉인된 뒤, 8년 만에 가을에 돌아왔다.
조정훈은 지난 8~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프 1,2차전 경기에 모두 등판해 자신이 맡은 이닝은 모두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특히 시리즈 전적 0-1로 뒤진 채 맞이한 2차전, 선발 브룩스 레일리의 조기 강판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1⅔이닝 26구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로 홀드를 기록했다.
2차전, 조정훈은 7회 1사 2루의 실점 위기에서 레일리와 박진형에 이은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NC에서는 대타 이호준이 등장했다. 양 팀이 동시에 승부수를 띄운 시점이었다. 하지만 조정훈이 이 승부수를 완승으로 만들었다.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132km 포크볼을 던져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 2사 2루를 만들었다. 이후 박민우는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2사 1,2루에서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모창민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마감했다.
8회초에는 선두타자 나성범에 좌익수 쪽 빗맞은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무사 1루에서 스크럭스-박석민-권희동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다. 빠른공과 커브를 섞어 전졌지만 결국 결정구는 자신의 시그니처 구종인 포크볼이었다.
지난 1차전 1이닝 동안 19개의 공을 던진 뒤 2차전에서도 26개의 공을 던졌다. 연투에도 자신의 구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연투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 정규 시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기나 긴 세월을 재활로 보낸 것을 감안해 연투를 최대한 자제했다. 정규시즌 연투 횟수는 2번 밖에 없었다. 또한 멀티 이닝 소화도 두 번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런 관리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정훈 역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도 “포스트시즌에서는 몸을 생각해서 조절할 생각은 아예 안하고 있다”면서 연투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생각은 안하고 있다“는 말로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실제로 연투를 펼치며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활약을 펼쳤다.
2차전 경기 후에도 “팀이 중요한 상황이다. 힘들다는 생각은 가지지 않고 있다”며 연투에 개의치 않았다.
“8년 만이라서 설레고 떨린다.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 즐기고 있지만, 조금은 진중하게 경기를 임하고 있다”는 말로 8년 만에 다시 치르는 가을야구에 대한 소감을 전한 조정훈이다. 조정훈은 다시 가을야구에서 포크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 포크볼은 롯데의 가을을 더욱 기대케 만들고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