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장현식 역투’ 김경문 뚝심 성공 증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10 14: 00

“선발 두 자리는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는 결국 국내 선수들이 해야 한다. 선발투수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경문 NC 감독은 올해로 집권 3기를 시작했다. 2012년과 2013년은 팀의 기틀을 만든 해였다. 두 번째 계약 기간이었던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그 기반을 바탕으로 단번에 팀을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만들었다. 다만 3기 출발의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 여전히 강한 팀이지만 그간 팀을 끌어왔던 베테랑들은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인다. 이전의 NC를 이어받은 동시에 롱런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라는 점에서 복잡한 구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바로 선발 육성이었다. 1~2기 NC는 확실한 토종 선발진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재학이 나름대로의 몫을 한 것을 제외하면 두각을 드러낸 신예는 없었다. 외국인 선수나 손민한과 같은 베테랑들로 꾸려갔으나 장기적 관점은 아니었다. 그런 김 감독은 올해 3년을 잡고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팀의 젊은 선발 자원들의 육성에 큰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올해 적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선수는 우완 장현식과 좌완 구창모였다. 구창모는 25차례, 장현식은 22차례 선발로 출격했다. 사실상 시즌 내내 NC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물론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김 감독은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5이닝 이상 소화의 경험을 주려고 하니 경기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때마다 눈을 질끈 감곤 했다”며 성적과 육성 사이의 무게조절이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 가시적인 성과도 났다. 장현식은 134⅓이닝을 던지며 9승, 구창모는 115이닝을 던지며 7승을 거뒀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합류해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두 선수는 NC 마운드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할 만하다. 특히 장현식은 9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11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 역투로 롯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장현식은 김경문 감독뿐만 아니라 NC 구단 자체가 주목한 자원이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NC의 2013년 1라운드 9순위 지명을 받은 장현식을 일찌감치 군에 보냈다. 지난해 37경기에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올해는 선발진에 고정됐다. 31경기에서 9승9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하며 선수 경력의 큰 발판을 놨다.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포크볼 조합, 그리고 체력까지 두루 갖춰 선발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구창모 또한 좌완으로 여러 가지 매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140㎞ 중반에 이르는 공을 던질 수 있고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했다. 아직은 기복이 있고 변화구 완성도가 100%는 안지만 완성형 선발로 클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에서 뛰며 왼손 필승조가 필요할 때는 어김없이 대기하고 있다.
NC의 올 시즌 포스트시즌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NC라는 구단 자체의 미래를 밝히고 있는 젊은 선발들은 큰 수확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NC가 준비하는 젊은 투수들은 두 선수뿐만이 아니다. 이형범 배재환 등도 코칭스태프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어 내년에는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마운드 육성을 향한 NC의 ‘거침없는 발걸음’이 순조롭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