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 해주면 좋겠다”
어쩌면 감독으로서 당연한 심정을 털어놨을지도 모른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의 전력보강에 대해 류중일 신임 LG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속에 품고 있는 구체적인 뜻이나 전략은 모른다.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다. “난감한 질문에 대한 원론적인 대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자회견 내내 전반적으로 신중했던 류 감독의 생각이 묻어난 대목”이라는 시선도 있다.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LG의 행보가 오프시즌 최대의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류중일 감독 체제에 ‘FA 취임 선물’로 힘을 보태줄 수 있을지의 여부는 겨울을 달구는 이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양상문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LG는 류중일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낙점했다. 류 감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 지휘봉을 잡아 5번의 정규시즌 우승,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재야 인사 중에서는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우승권 전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LG의 승부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냉정히 LG가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은 아니다. 류 감독도 13일 있었던 취임식에서 ‘작은 돌풍’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지난 2~3년간 LG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추진한 리빌딩을 한마음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도 밝힌 류 감독이다. 이런 류 감독의 구상이 내년 당장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
마운드는 수준급 위용을 갖췄다. 올해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의 팀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보완점이 적지 않다. 류 감독 또한 타격·수비·주루가 모두 나아져야 한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리빌딩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LG는 2~3년간 이를 잘 경험하기도 했다. 결국 필요한 부분에 투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지기 충분한 여건이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LG는 최근 몇 년간 외부 FA 영입에 적극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9년 이진영과 정성훈을 동시에 영입한 이후 LG의 외부 FA 영입은 3명(정현욱, 정상호, 차우찬) 정도다. 그나마 차우찬을 빼면 대형 계약은 아니었다. 이택근, 송신영, 이대형, 박경수, 우규민이 빠져 나가 숫자로만 보면 오히려 유출이 크기도 했다. 최근에는 리빌딩 관점을 유지하며 외부 FA 시장에서는 한걸음 물러서 있었던 것도 이런 양상을 심화시켰다.
LG의 올해 시작 기준 구단 연봉은 67억4100만원이었다. 리그 7위였다. 페이롤에 비교적 여유가 있다. 적어도 1명 정도의 거물급 FA를 류 감독의 쇼핑백에 넣어줄 여력은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해 FA 시장에는 LG의 최대 약점을 공격력을 보완해줄 만한 대어들이 더러 풀린다. 내년이나 내후년 FA 시장을 생각하면 올해가 적기라는 평가도 있다.
단순히 공격생산성만 놓고 봤을 때 올 시즌 LG가 10개 구단 평균에 비해 가장 못했던 포지션은 2루, 중견수, 우익수였다. 외야에는 이번 겨울 손아섭, 민병헌 등 거물급 FA가 많다.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가 이탈한 이후 고민이 있었던 3루 또한 마찬가지다. 외국인 타자로 한 자리를 메운다고 해도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력 보강책은 필요해 보인다.
LG의 한 관계자는 “아직 (FA 영입을) 한다, 안 한다를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류 감독 또한 구단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성격은 아니다. FA 영입에 대해서도 “FA 시장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영입 의지나 금전이 있어도 안 될 수 있는 게 이 바닥이다. 류 감독이 든든한 지원사격과 함께 내년 2월 전지훈련을 지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