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단장님과의 협력은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아니, 잘 되어야 한다”(류중일 감독)
류중일 신임 LG 감독은 13일 취임식 내내 다소 신중한 어투였다. 원대한 포부가 살짝 엿보기이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숨기거나 대답을 나중으로 미뤘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었다. 류 감독은 선수단 구성, 코칭스태프 영입 등의 사안마다 “양상문 단장과 잘 논의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양 단장과의 협력을 굉장히 강조했다.
류 감독과 2년 선배인 양 단장이 직접적으로 함께 한 기억은 거의 없다. 류 감독은 삼성 원클럽맨이었다. 양 단장은 롯데와 태평양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류 감독은 코치 및 감독 생활도 삼성에서만 했다. 이에 비해 양 단장은 롯데와 LG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기간이 길다. 양 단장은 방송 해설위원으로도 영역을 넓혔지만, 류 감독은 그런 적이 없다. 대표팀에서 잠깐 손발을 맞춘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제는 LG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한 배를 탔다. 올해까지 3년 반 남짓 LG를 이끌었던 양 단장은 프런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 후임이 류중일 감독이다. 단장과 감독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서로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다르면 반드시 불협화음이 나고 선수단이 흔들리게 되어 있다.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한 양자도 이런 교훈을 잘 알고 있을 법하다.
류 감독은 일단 양 단장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양새다. 류 감독은 철저한 외부인이었다. LG와 연을 맺을 기회도 없었다. 바깥에서 본 것은 있겠지만 내부 사정은 또 다르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선수들은 더 그렇다. 류 감독은 이에 대해 양 단장이 주는 정보를 충분히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류 감독은 “팀 사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양상문 단장님과 잘 의논하겠다”고 강조했다.
당분간은 양 단장과의 수시 회동을 통해 팀의 현황과 부족한 점, 그리고 미래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이 나면 본격적인 색칠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양 단장은 LG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고, 류 감독은 선수단의 역량을 100% 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시행착오에 대한 시간은 줄이고, 추진할 사안은 힘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기대된다. 류 감독 또한 협력에 있어서는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 단장도 단장직은 처음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계를 대표하는 ‘학구파’로 이름이 높아 기대가 모인다. 단장과 감독의 권한 분담도 비교적 잘 해낼 것이라는 게 LG 관계자들의 기대다.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의기투합한 LG가 빠른 시일에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