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에릭 해커는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등장하게 됐다. 멀리 플레이오프를 생각하면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상황. 그러나 당장 준플레이오프 통과가 발등의 불이다. 눈앞의 롯데만 생각한다면 NC에게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NC는 13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1-7로 완패했다. 1-1로 팽팽하던 5회, 손아섭에게 3점포를 얻어맞는 등 대거 4실점하며 균형을 잃었다.
양 팀은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2승2패,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이제 무대를 다시 부산으로 옮겨 단판승부 5차전을 치른다.
이틀 전인 11일 3차전을 NC가 13-6으로 가져갈 때만 해도 시리즈 균형추가 기운 듯 보였다. 전적부터 분위기까지 모두 NC가 앞섰다. NC는 이튿날 4차전 선발투수로 최금강을 예고했다. 롯데는 박세웅. 그러나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12일 창원지역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결국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우천 연기.
롯데는 선발투수를 바꿨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일천한 박세웅을 내세울 수 없었다. 결국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선 조쉬 린드블럼이 4일 휴식 후 등판하게 됐다. 반면, NC는 최금강 카드를 그대로 꺼내들었다. 린드블럼과 마찬가지로 1차전 선발투수였던 해커 카드를 강행할 수 있었음에도 뚝심으로 밀어붙인 것.
13일 4차전에 앞서 김경문 NC 감독과 취재진의 만남. 관심은 자연스레 최금강 카드 고수로 쏠렸다. 김경문 감독은 "해커가 5일 휴식 후 등판으로 루틴을 맞추고 있다. 더 잘 던지기 위한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라며 해커 의사를 존중했다.
이처럼 해커의 의사도 있었지만 최금강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선택지였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에서는 최금강의 컨디션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 기다려봐라. 괜히 내겠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 감독은 "5이닝 정도 막아준다면 베스트일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금강은 패전을 떠안았다. 기대보다 잘 던지던 그였지만 이른 교체 타이밍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금강은 1-1로 맞선 5회, 4⅓이닝을 소화한 채 승계주자를 남겨두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불펜진이 최금강의 승계주자는 물론 추가 3실점, 5회 스코어는 5-1로 벌어졌다. 사실상 승기가 갈린 순간이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 역시 "5회가 승부처라고 판단해 원종현을 투입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었다"라며 반성했다.
결국 시리즈 마침표 기회를 놓친 NC. 그러나 5차전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해커가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해커는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1실점 호투했다. 롯데 타선은 해커에게 꽁꽁 묶이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비단 준플레이오프 뿐만 아니다. 올 시즌 2경기에서는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간은 11경기에서 75이닝을 던지며 4승3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준수했다. 그야말로 롯데 킬러의 면모다.
반면, 롯데는 박세웅을 선발로 내세운다. 올 시즌 데뷔 첫 10승 고지를 넘어서며 롯데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지만 9월 이후 3경기서 14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9.42를 기록헀다는 점이 뼈아프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은 데뷔 후 처음이다.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 반면, 해커는 2013시즌을 제외한 매년 가을 무대를 맛보고 있다.
아쉬움도 남지만 가장 급한 준플레이오프만 생각해야 한다. 해커 카드가 든든한 이유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