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빗댈 수 없는 '전설'의 이름을 딴 별명. 조쉬 린드블럼은 故최동원의 이름을 딴 '린동원'의 별명값을 제대로했다.
롯데는 13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NC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7-1 완승으로 장식했다. 타선에서는 손아섭이 4타수 3안타(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가장 빛난 건 마운드의 린드블럼. 린드블럼은 8이닝 동안 112구를 던지며 5피안타 1사사구 11탈삼진 1실점, 승리투수의 영광을 맛봤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승리와 입을 맞췄다.
이날 린드블럼의 등판은 의문부호가 따랐다. 린드블럼은 8일 1차전서 6이닝 동안 106구를 던지며 2실점했다. 이후 4일 휴식 후 등판. 롯데는 올 시즌 투수 당겨쓰기, 즉 4일 휴식 후 등판을 가장 적게 한 팀이다. 조원우 감독의 관리야구 덕분이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린드블럼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당초 12일 4차전 롯데 선발은 박세웅. 경기가 우천 연기되자 롯데의 선택은 즉시 바뀌었다. 린드블럼에게 4일 휴식 후 등판을 맡겼다.
린드블럼은 올 정규시즌서 딱 한 차례 4일 휴식 후 등판을 경험했다. 8월 22일 광주 KIA전에 선발등판한 그는 8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당시 투구수는 104개. 화요일 등판이었기에 일요일인 27일,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다.
8월 27일 사직 넥센전. 린드블럼은 5⅔이닝 9실점(8자책)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4일 휴식 후 등판이 독으로 작용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린드블럼은 이후 한 차례의 4일 휴식 후 등판도 없이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106구를 던진 상황. 린드블럼은 주저하지 않고 4차전 마운드에 올라 112구를 뿌렸다. 투혼의 방증이었다. 사령탑들은 입을 모아 "포스트시즌에서의 6이닝과 정규시즌 6이닝은 다르다. 공 하나하나마다 느끼는 부담은 두 배 이상이다"라며 투수들의 피로감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상황에서 두 경기 연속 100구 이상 던진 것.
롯데의 이번 포스트시즌 캐치프레이즈는 '마! 함 해보입시다'. 故 최동원이 남긴 한마디다.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강병철 당시 롯데 감독은 최동원에게 1, 3, 5, 7차전 선발등판을 통보한다. 현대야구에서는 물론 당시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정.
당시 강 감독은 "동원아…, 우짜겠노? 여까지 왔는데"라며 읍소했다. 최동원은 "마, 함 해보입시더"라고 답한 뒤 5경기서 40이닝을 소화하며 4승(4완투, 1완봉)1패,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필요한 4승 모두 최동원의 손에서 나왔다. 그야말로 혼자 힘으로 팀의 첫 우승을 일군 셈이었다.
롯데의 올 포스트시즌은 故 최동원 정신을 기리는 시리즈다. 강민호도 자신의 SNS에 같은 문구를 남기며 팬들을 독려했다. 린드블럼의 눈부신 역투도 당시 최동원의 투혼에 직접 빗대기는 힘들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의 야구는 다르다. 린드블럼의 투지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