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4일) 종영하는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는 독특한 매력의 드라마였다. 이른바 '막장'이라 불리는 자극적 요소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비호감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는 후반부에 폭발한 시청률이 증명해준다. 왜 그럴까.
이는 김순옥 작가 특유의 세계관이 반영된 이 드라마의 기본 정서가 '코믹'이기 때문이다. 살벌한 설정과 고구마 전개가 이어져도 이 드라마의 기본 정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이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자들의 자립갱생기를 그린 드라마. 여성들의 우정과 고군분투 성공기가 큰 줄기다. 주말드라마들이 보통 그렇지만 유독 등장인물이 많았다. 복수를 다짐하는 세 여성이 주인공이었고, 악녀는 세 명이나 됐다. 그 외에 핵심 등장인물도 다수이다.
드라마는 갑질과 살인을 시작으로 살인 교사, 협박, 납치, 불륜, (불치)병 등 소위 막장극의 요소들이라 불리는 다양한 소재들이 가득 등장했다.
자칫 불쾌함을 느낄 만한 이런 자극 요소들의 열거에도 초반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극 중 구필모(손창민)과 민들레(장서희)의 달달한 로맨스에 있었다. 가족에게는 무서운 구필모 회장이 죽은 아내와 닮은 민들레에게 보이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될 수 밖에 없는 '언니는 살아있다'는 이처럼 한쪽에서는 스릴러 복수극이 펼쳐지면서도 다른 한 편에서는 웃음이 실실 나오는 코믹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졌다. 이런 여러 장르가 적절한 리듬으로 배치되면서 팽팽한 공존을 이룬 것이 이 드라마의 큰 장점이다.
이 외에도 코믹 요소는 많았다. '개 베이비' 대사로 대표되는 왕사모님 사군자 역을 맡은 배우 김수미 특유의 연기와 푼수 딸 구필순(변정수)의 요절복통 에피소드들, 아들을 잃은 실질적 당사자임에도 따뜻한 마음과 유쾌한 면모를 잃지 않는 나대인(안내상)-고상미(황영희) 부부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국민 찌질남'으로 거듭난 추태수(박광현)의 존재는 시청자들의 욕받이 노릇을 제대로 하면서도 어이없는 웃음을 안기기에 충분한 캐릭터였다.
더불어 나대인이 도사로 위장해 악녀 이계화(양정아)에게 진실을 알아내는 장면, 이계화가 구필모를 상대로 취중 유혹 댄스를 펼치는 모습들은 이 드라마의 정체성이 스스로 코미디임을 솔직히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언니는 살아있다'의 색깔은 연민정(이유리)의 등장으로 잘 표현된다. 카메오로 등장한 연민정은 양달희를 위협하고 그의 악행을 줄줄이 나열하며 "나 모르겠냐. 나 연민정이다. 난 이름은 속이지 않았다"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연민정은 양달희가 허둥지둥하는 사이 사군자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개베이비"라는 말을 남겨 양달희를 당황케 했다. 더불어 연민정이 '왔다 장보리'에서 선보인 '후~' 제스처를 선보였다.
결국 이 드라마는 코미디 안에서 모든 극적 구성을 하나의 '즐기기'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때때로 등장하는 병맛 코드는 이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결국 때로는 부조리해 보이는 전개 역시 하나의 소동극으로 받아들여지게 했다. 그러면서도 장르적 긴장감을 잃지 않으며 보는 이들이 극에 공감하고 동화될 수 있게 만들었다. 진지하고 심각한 드라마가 항상 그 만큼 큰 몰입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핏줄로 뭉쳐진 '가족'이란 범주를 넘어서, 결국 이해와 사랑으로 하나되는 보다 확대된 가족의 의미를 담아냈다는 의미도 있다. /nyc@osen.co.kr
[사진] SBS 화면캡처,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