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그 어떤 병도, 조건도, 이길 순 없었다.
14일 오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 소극장에서 영화 ‘나비잠’(감독 정재은)의 기자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영화는 한국작품이긴 하지만 일본 국민 여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출연했다는 점에서 ‘한일 합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일본 특유의 로맨스적 색채가 깊게 배어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아시아를 강타했던 영화 ‘러브레터’(1995)에서 순백의 사랑을 보여준 나카야마 미호의 매력이 20여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퇴색되지 않고 여전히 첫사랑의 기억처럼 남아 있다.
정재은 감독의 '나비잠‘은 소설작가 료코와 한국 유학생 찬해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이다. 일본 인기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료코를, 국내 배우 김재욱이 찬해 역을 맡아 연인으로 호흡을 펼쳤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화제작을 상영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 받았다.
료코와 찬해는 국적, 나이, 신분 등 조건을 뛰어넘어 계산 없는 사랑에 빠진 연인이다. 비록 주변 사람들이 ‘불륜’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만 이들 사이에 남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 인기 소설가 겸 대학초빙교수 료코는 첫 수업 후 갔던 식당에서 찬해와 첫 만남을 갖고, 인연의 끈을 묶었다. 료코가 소설을 쓸 때 이용하던 값비싼 만년필을 그 가게에 놓고 왔기 때문.
만년필을 찾아준 찬해는 료코의 직업의식, 소설과 책에 대한 집념에 매료돼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료코가 사랑만 하기엔 어려운 장벽이 존재했는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성 알츠하이머.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녀는 나약하고 추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거리를 두며 일부러 멀리하기 시작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우연히 사랑에 빠진 두 남녀는, 현실적인 이유로 멀어지는 듯했지만, 결국 사랑의 끈을 쉽사리 끊지 못했다.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 파스텔 톤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해 마음이 따뜻해진다. 료코 역의 나카야마 미호, 찬해 역의 김재욱의 나이를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도 찬바람이 부는 가을에 공허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 혹은 사랑 중인 그 누가 봐도 후회 없을 선택이 될 것 같다. 주인공 료코가 키우는 개의 애교는 덤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