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이유는 ‘러브레터’라는 좋은 작품 덕분이다. 감사하다(웃음).”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48)는 14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홀에서 열린 영화 ‘나비잠’의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말로 한국 팬들의 사랑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나카야마 미호와 연출한 정재은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날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김재욱(35)은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촬영 때문에 불참하게 됐다.
‘나비잠’은 인기 중년 소설가 료코(나카야마 미호 분)가 한국인 청년 찬해(김재욱 분)를 만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을 느끼지만 불치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랑을 놓는 모습을 담은 로맨스 영화이다.
연출을 맡은 정재은 감독은 이날 “요즘에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의 작품이 거의 없어서 만들게 됐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며 “제작을 결정하고 나카야마 상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연락해 (촬영에)착수했다. 제가 나카야마 상의 팬이기 때문에 무조건 같이 하고 싶었다”고 일본 인기배우를 캐스팅해 일본에서 촬영한 이유를 밝혔다.
정 감독은 단 한 명의 한국 스태프 없이, 오로지 일본 스태프 및 배우들과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어를 할 순 있지만 잘하진 못한다. 덕분에 촬영이 길지 않게 빨리빨리 끝날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며 “공부를 하면서 영화를 만들어서 그런지 일어 실력이 날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감독은 “어릴 때부터 일본 소설을 많이 읽어서 (로맨스 멜로 영화를)좋아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인 찬해의 상황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최대한 잘 살려보려고 노력했다”고 마치 일본판 로맨스처럼 만들게 됐다고 부연했다.
여자 주인공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은 진부하긴 하지만, ‘나비잠’에서는 여러 가지 새로운 사건들이 더해져 식상하진 않다는 반응이다.
정 감독은 이에 “가령 어떤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했고 헤어져도 잊지 못해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헤어진 다음에 그녀가 ‘과연 그도 아직 나를 기억할까?’라는 생각을 만들었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하다가 (잊어버린다는)알츠하이머라는 장치를 사용한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면 관객들도 공감을 하면서 좋아하시지 않을까싶었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소설가 료코를 연기한 나카야마 미호는 “김재욱은 촬영을 할 때도 느꼈지만, 배우로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온전하게 표현하더라. 열정적인 배우”라며 “작년에 촬영할 때보고 1년 만에 김재욱을 만났는데 한층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이다”라고 극찬했다.
정 감독은 김재욱에 대해 “유일한 한국인이라서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촬영했다. 감독과 배우의 관계라기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동료로서, 감독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며 “캐스팅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어 실력 때문이었다. 영화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여 나오면 관객들에게 혼란을 줄 것 같았다. 김재욱의 일본어가 일본인들이 듣기에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줘서 그에게 신뢰가 갔다”고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에서 나오는 집에 대해서는 “제가 운이 좋았던 게 일본 건축사(史)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집에서 촬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유명한 일본 건축가가 허락을 해주시면서 ‘영화화 해달라’고 하시더라”며 “저는 남녀의 사랑의 기억이 담긴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 집이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할 손색이 없는 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비잠’은 전국의 극장에서 내년 개봉할 예정이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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