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죄 많은 소녀' 이봄, 충무로가 주목하는 얼굴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0.26 09: 51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이제훈, 류준열도 모두 한국의 독립영화가 탄생시킨 얼굴들이다. 이제훈을 주목하게 한 '파수꾼', 류준열을 발견시킨 '소셜포비아'는 모두 한국독립영화의 산실 KAFA(한국영화아카데미)의 독립장편영화였다.
늘 발칙한 작품, 재기발랄한 얼굴들이 발굴되어온 KAFA 장편영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죄 많은 소녀'(김의석 감독)가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되며 충무로가 주목해야 할 얼굴들을 국내외에 알렸다. 그 중에서도 OSEN은 다솜 역을 맡은 이봄을 주목했다. 
이솜은 최근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얄미운 밉상 박귀자 역으로 안방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공식 초청작 '죄 많은 소녀'에서는 다솜 역으로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처음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는 이봄은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다. 메달을 따면 1등 자리에서 내려오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올해 왔으니, 내년에도 반드시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다"라며 "시사회나 이런 자리에서 너무 떨어서 카메라도 제대로 못보고 빨리 지나간 적이 많았다. 그런 경험 덕분인지 즐겨야겠다는 여유로움이 생겼다"고 웃었다. 
'죄 많은 소녀'는 오픈 토크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이제훈의 추천작이기도 했다. 이제훈은 '박화영'과 함께 '죄 많은 소녀'를 부산영화제에서 꼭 보고 싶고, 봐야 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추천했다. 이제훈의 추천작이라는 말에 이봄은 "감사합니다, 선배님"이라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KAFA 영화라서 더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웃음). '파수꾼'이 뉴 커런츠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저희도 KAFA 영화인데다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훈 선배님의 추천으로 더 많은 관객 분들이 '죄 많은 소녀'에 관심을 가져주실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죄 많은 소녀'는 이봄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영화다.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게 해줬고, 연기의 진정한 맛을 알게 해준 작품. 배우로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죄 많은 소녀'를 찍고, 다른 작품을 촬영하면서 제가 '죄 많은 소녀'를 통해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 걸 알았어요.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죠. '죄 많은 소녀'는 제 필모그래피에 올라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정말 소중한 영화예요. 정말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감독님께서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 저를 보시고 믿어주셨을까, 이렇게 기회를 주셨을까 지금도 너무 감사하죠." 
이봄의 이름과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해 준 작품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란제리 소녀시대'다. 드라마에서 고정 캐릭터를 맡은 것이 처음이었다는 이봄은 "실시간 댓글을 일일이 확인했다. 제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얄밉다', '쟤 또 나왔다', '쟤 또 저런다' 이러셨는데 그게 너무 기분 좋았다"며 "밉상 캐릭터로 나와서 욕을 먹는 거면 제가 제 역할을 잘 해낸 거니까 전 자꾸 웃음만 나왔다. 오히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으로 걸쭉한 대구 사투리를 쓰는 박귀자 역의 밉상 매력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듣는 이봄은 "사투리를 쓰는 역할이니까 70년대의 구수함을 살리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 화를 낼때에도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게 굴고, 약한 사람한테 강하게 구는 박귀자의 면모를 살리고 싶었다"며 "도희 씨한테 쪼는 모습을 연기할 때도 자존심은 챙기고 싶은 박귀자의 세세한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숨은 노력을 전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부터 '죄 많은 소녀'까지, 이봄에게 '소녀'라는 단어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주문처럼 기분 좋은 단어다. '란제리 소녀시대'로는 처음으로 안방에서 고정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만났고, 이봄이라는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죄 많은 소녀'를 통해서는 생애 첫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이라는 감격적인 순간을 맛봤다. '소녀'는 올해 이봄에게 행운의 상징이 됐다.
"연기는 기다림의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많은 미팅을 하고, 제가 그 캐릭터를 맡을 수 있길 기다려서 작품을 만나게 되잖아요. 촬영장에서도 기다림의 연속이죠. 그런데 제 캐릭터를 만나는 것도 재밌고, 분석하는 것도 재밌고, 밤새서 촬영하는 것도 몸은 너무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정말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때로는 좌절도 하고, 속상할 때도 많지만, 배우라면 다 겪는 일일 것 같아요." 
1993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연기 경력으로 따지자면 베테랑이다. '선생 김봉두'를 통해 처음 연기라는 것에 도전했고, 20대가 된 지금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봄은 "기회가 된다면 시사회에 '선생 김봉두' 장규성 감독님을 꼭 초대하고 싶다. 제게 연기라는 기회를 주신 분이다. 저를 캐스팅해주시지 않았다면 배우는 제게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났을 수도 있다"며 "감독님이 절 안 뽑아 주셨다면 지금쯤 난 뭘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적도 있다. 감독님의 신작에도 더 좋은 배우가 돼서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배우가 돼서 저를 뽑아주셨던 모든 감독님들께 '이봄, 그때 내가 알아봤어', '내가 뽑았어'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이제 얼굴을 알렸지만, 이봄은 충무로가 주목하는 얼굴임이 분명하다. 이제 배우 이봄으로 차근차근 계단을 걸어올라가기 시작한 그의 성장을 주목한다. /mari@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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