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침묵’ 최민식이 밝힌 #부성애 #50대 로맨스 #류준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26 10: 52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을 통해 내달 2일 관객들을 찾아오는 배우 최민식이 26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배우로서의 정체성, 후배들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전했다. 투박한 말투였지만, 역시 '대배우'답게 솔직하고 소탈한 면모가 돋보였다. 특히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Q.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
정지우 감독 의도대로 잘 나온 것 같다.

Q. 초고와 결말이 다른데.
그렇진 않다. 처음부터 완성본처럼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부모와 자식간의 정, 그리고 정신없이 살아온 중년 남성 임태산의 늦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미스터리적이면서도 법정물다운 요소나 스릴러 특유의 영화적 재미가 결여됐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기본적인 휴머니티는 깔려 있다고 본다.
Q.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굉장히 극적이다.
그렇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극적이긴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 간에 극중 인물이 향하는 방향을 어떻게 결정하는가에 대한 의견은 다르지 않았다.
Q. 정지우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더 좋아졌다. 정 감독이 50대이긴 하지만 정말 학생처럼 귀엽게 생겼다. 정말 공부를 잘하게 생겼다(웃음). 자신의 논리와 색깔을 내세워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부터 자신만의 방법론을 가지고 영화로 소통하려는 게 뚜렷하다.
Q. 정지우 감독이 ‘침묵’으로 보여준 게 있다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달리 ‘침묵’을 통해 달라진 게 있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며 단단해졌고, 유연해진 게 있다. 변함이 없는 사람이 좋은 것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유연한 태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좀 더 감독으로서 좋게 다가왔다. 이 영화는 감성적인 흐름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거리감을 두고 매만지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확’ 들어가는 게 옳았다고 본다.
Q. 매 작품마다 다르게 보여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나.
저는 외형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나 다르게 보여야한다는 강박은 없다. 그것에 집착하기보다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에 집중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전 예전부터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었다. 외형적인 변화에 집중하려고 한 적도 없었다.
Q. 임태산은 어떤 인물인가.
기업 회장으로서 돈에 집중하는 면모가 부각돼 어떻게 보면 속물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나름의 페이크(속임수)가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옷을 입으려고 했다.
Q.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부분은.
촬영을 하면서 감독과 지겨울 정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웃음). 그 과정에서 임태산은 감정에 치우친, 동물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딸이 용의자로 지명된 살인사건을 수습해나가는 모습에서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건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 앓는 사람은 아니다. 그룹을 일으킨 회장으로서 용의주도하고, 무수히 어려운 결정을 내린 순간이 많았기 때문에 감성적인 부분 이외에 판단력도 있다고 본다.
Q. 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 임태산의 활약이 돋보였다.
임태산이 그간의 삶을 버리고 새로움이 시작되는 장소이다.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나서 부둣가에 앉아서 고민을 하며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내가 수습하자’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편으로는 딸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가정하고 연기했다.
Q. 50대 후반에 멜로인데 연기하면서 어땠나.
물론 좋았다. 저 역시 배우로서 다른 연기(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아프리카에 사는 사자가 먹을거리를 찾듯, 배우가 색다른 작품을 찾아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정지우 감독, 제작사 대표와 손을 잡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휴머니즘을 다루자’고 합의했다.
Q. 검사 역을 맡은 박해준과의 호흡 어땠나.
유일하게 임태산과 피 튀기게 붙은 인물은 동성식 검사(박해준 분)이다. 그 설정을 놓고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태생적으로 천적이라는 설정을 했다. 가령 동 검사의 아버지 친구와 임태식이 사업적으로 얽히고설켜, 성식이 이번 기회에 임태산 회장을 제대로 한날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가정했다. 그래서 편의점 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Q. ‘특별시민’ 심은경, ‘침묵’ 박신혜와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후배들을 비교하지 않는다. (심)은경이와 (박)신혜를 비교해본 적이 없다. 그냥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배우를 작품에서 또 만났다면 과거의 잔상이 남아있어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 비교 자체를 안 했다. 심은겨으 박신혜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 사랑스럽다.
Q. 류준열 연기는 어떻게 평가하나.
류준열이 제게 '선생님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막 한다(웃음).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고 좋다. 허나 (감정이)너무 많이 나갔다 싶으면 그것을 잡아주고, 좀 덜 갔다 싶으면 더 연기가 나올 수 있게 이끌어준다.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경직됐던 선후배 사이와 다르다는 걸 느낀다. 저는 그런 게 버릇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좋다고 본다. 멋진 후배이다(웃음).
Q. 영화의 흥행을 바라나.
저는 투자 배급사가 어디냐에 관계없이 창작물이 얼마나 알차고, 완성도가 있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선택해주신다고 믿는다. 기획 영화, 장르 영화만이 성공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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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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