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침묵' 박신혜 "'사랑의 온도' 같은 현실 로맨스 하고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26 11: 52

배우 박신혜가 11월 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개봉에 앞선 오늘(26일) 오전, 박신혜는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에 참여한 계기부터 2003년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 '꽃'으로 데뷔해 14년 동안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감회를 전했다.
Q. 영화 어땠나.

극장에서 보기 전에 미리 한 번 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완성본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음악, 조명 등 때문에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걸 느꼈다. (극중 배역인)최희정이 어떻게 나올지, 극 흐름상에 방해가 되진 않을지 걱정했었는데 심각하게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저는 스크린보다 안방극장이 익숙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아직 개봉하지 않아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된다(웃음).
Q. 변호사 역할은 어땠나.
‘피노키오’에서 기자, '닥터스'에서 의사, 이번엔 변호사로서 전문직 역할을 자주 맡다보니 많은 분들께서 ‘또 변호사냐’는 말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7번방의 선물’ 예승과 다른 게, 예승이는 연수생으로서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아버지를 변호하기 위해 나섰고, 결과적으로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했다면 ‘침묵’의 희정은 완벽한 변호사이지만 해결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며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다르다. 관객분들도 그간의 모습과 다른 점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
Q.‘침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제가 언론 시사회 때도 말씀 드렸지만 ‘최민식 선배님과 한 번쯤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정말 영광이다. 또 영화 ‘은교’를 보면서 정지우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이 궁금하기도 했다. 미팅 했을 때 저를 관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과연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했다.
Q. 최민식과 연기한 소감은.
사실 선배님이 굉장히 무서울 줄 알았는데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춰보니 정말 따뜻한 분이셨다. 법정 신(scene)에서는 증인석에 앉아 계신 자태만으로도 압도 당했다.
Q. 드라마에 익숙한 배우라는 본인의 생각을 깨기 위해 시도한 것이 있나.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게, 드라마에서는 늘 밝고 건강하고 쾌활한 역할을 많이 했었다. 이번에는 최희정이 갖고 있는 무게감과 압박감을 털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자신이 사건의 실마리를 다 찾았다고 하는 순간, 혼란을 겪고, 당황하는 희정의 모습, 그 상황 자체가 지금까지 비춰진 모습과 다른 점이다.
Q.희정을 연기하면서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사실 매 장면 연기를 하면서 OK 사인이 떨어지기까지 불안감이 많이 들었다. ‘내가 하는 게 맞나?’하는 의심이 들었을 때 OK 사인이 떨어지기도 하더라.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 같다. 감독님께서 어떤 게 답이라는 얘기를 해주시진 않았지만, 상황에 맞게 지금 희정이가 어떤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도와주셨던 것 같다.
Q. 희정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해석했나.
임태산 회장과 초임 변호사 최희정은 확실히 갑과 을의 관계이다. 희정의 입장에선 많고 많은 능숙한 변호사들을 두고 신입인 본인을 선택한 것에 대한 의심이 컸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꾸만 이상하게 작아져가는 희정이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또 중요한 인물은 동성식(박해준 분)검사였다.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설정이었으니까.
Q. 최희정(박신혜 분)과 임미라(이수경 분)는 사제지간인데 그런 장면은 편집된 것 같다.
편집된 건 아니고, 상황 설정을 해봤다. 희정이 과외 교사였는데 미라가 학생 때 어떤 과목을 좋아했고, 어떤 과목을 싫어했는지 등 말이다. 미라가 아빠 태산에 대한 불만과 죽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과외 선생님을 바꿨겠나. 그런 가정들을 하면서 이수경과 대화를 주고 받았다.
Q. 후배 이수경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더라.
이수경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연기를 할지 몰랐다. 평소에는 정말 얌전한데 카메라 앞에서면 갑자기 얼굴이 바뀜과 동시에 사람이 달라진다(웃음).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잘할까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웃음). 신선한 충격이었던 친구다.
Q. 류준열과 첫 호흡 어땠나.
현장에서 많은 장면을 호흡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친해졌다. 류준열 오빠는 다재다능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처음봤고 영화 ‘더 킹’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인물에 최적화된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 저한테는 정말 많은 자극제가 된 배우다. 많이 부럽기도 하다.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Q. 드라마에 비해 영화 출연은 저조하다.
사람들이 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CF에서 예쁘게 나오거나 한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사랑받는 것에서만 끝나고 싶지 않아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에 특별 출연을 하면서 영화의 맛을 봤다. 스태프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너무 가끔 촬영을 하다보니 어색하더라. 그래서 내가 어색해하지 않아야지 보시는 분들도 '박신혜가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실 것 같았다. 그런 결심을 하고 드라마를 하고 있는 찰나에 정지우 감독님에게 '침묵'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
Q. TV 속 외모와 실제 외모가 다른 것 같다.
(제 실물과) 화면상 얼굴이 다르게 나오는 것 같다. 화면에는 다크서클도 다 보인다(웃음). 근데 그게 나의 모습이기도 하니까(웃음). ‘침묵’을 촬영하면서 화장기 없는 얼굴을 추구했다. 화장을 안해도 된다고 스태프에게 말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너무 초췌하게 나왔다 싶기도 하다(웃음). 그런 면이 일에 매진하는 최희정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
Q. 정지우 감독이 박신혜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들었다.
감독님이 제 이미지만 보고 '그냥 예쁜 배우'라고만 생각 하셨다더라. 운동도 못할 것 같고. 밝고 건강한 모습만 보고 예쁜 배우라고만 생각했다고 얘기하셨다. 그래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화가 나면 화도 내고, 집에서 하루 종일 틀어 박혀 있기도 하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 점에서 ‘침묵’을 통해 저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닥터스’에서 액션을 했던 이유는,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어서다. 얼굴이 동그란 형이라서 그런지 감독님들이 제가 액션 장르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Q.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저는 드라마 ‘사랑의 온도’처럼 답답하지만 현실적인 로맨스물을 하고 싶다. 20대 후반이다 보니 사랑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다.
Q. '인맥왕'이라는 수식어가 있더라.
저는 어떤 사람에 대해 직접 겪어보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다. 의심을 하면 정말 힘들다. 14년이라는 시간동안 활동하면서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아직 연락을 하는데, 제게 ‘인맥왕’이라는 수식어가 있더라(웃음). ‘박 선생님’ ‘중견 배우’라는 농담도 많이 들었다.
Q.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닌다고 들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아하는 친구들만 보인다. 저는 사고만 치지 말자는 생각이다(웃음).
Q. 결혼 계획은 있나.
결혼이 꿈이었는데, 주변에 기혼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 생활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된다. '과연 내가 한 사람과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일에만 집중하고 결혼은 뒤로 미루고 싶다.
Q.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저는 작품 운이 좋았다. 어릴 때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에서 했던 멜로연기가 어려웠다. 저는 '거짓말 하지 말자', '내가 느끼지 않은 감정을 거짓 연기로 표현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그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반드시 눈에 진심을 담아 연기하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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