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대장 김창수‘ 조진웅 “실존인물 연기, 다시는 못 하겠다 생각”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10.28 16: 08

영화 ‘대장 김창수’를 통해 백범 김구를 연기한 배우 조진웅에게서는 많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 영화. 조진웅은 감옥 안 갖은 고문과 핍박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년 김창수로 분했다.
김창수는 김구의 청년 시절 이름. 실존 인물, 게다가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으로 평가 받는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큰 부담이었을 터. 조진웅 역시 처음에는 여러 번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조진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대장 김창수‘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여러 번 고사를 했다던 그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제 내 차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량‘이라는 작업을 할 때 최민식 선배님을 옆에서 보면서 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워하시는 걸 봤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라고 보면서 그걸 알고 있는 저로서는 이걸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삶을 원래 그렇게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데 자연스럽게 이제 내 차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명량‘ 때의 최민식처럼 비슷한 고통을 체험했냐는 질문에는 “’명량‘ 때는 그냥 옆에서 선배님을 봤을 뿐 실제적인 것은 잘 모른다. 아마 다를 거다. 깻잎과 고수도 똑같은 향신료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저는 실존인물 연기를 다시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간한 사람이어야지 비슷하게 할 텐데”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이 작업을 통해서 분명히 변한 게 있다. ’암살‘이라는 작업을 했을 때 당시에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때 절대 안한다고 했었다. 목숨 걸고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저에게 물어봤을 때 당연히 해야 한다고 대답을 하게 됐다.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확실히 변한 부분이다.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의 소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김창수라는 인물에 대해 “김구 선생님의 자료는 많다. 그런데 김구 선생님 업적에 비하면 전무하다시피 없더라. 많은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포인트는 18세의 나이에 동학이라는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였다. 평범한 사람이 큰 인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의 초석에는 인천 감옥소가 있다. 그의 신조나 신념이 이 안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변해간다. 김창수가 대장 김창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김구가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겪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러면 그냥 살아보자 했다. 덤비면 나도 들이 받아보고 그냥 부딪히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진웅은 이 같이 자신의 생각이 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사형장 장면 촬영이었다고 밝혔다.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김창수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는 “사형장에 처음 들어가서 촬영을 하는데 울분이 차고 눈물이 나더라. 그 느낌을 느낄 때 상당히 창피하더라. 왜냐하면 그 말을 했던 김창수라는 인물은 이십대 초반이다. 그런데 나는 곱절이나 나이가 많은데 이렇게 겁을 먹으니 굉장히 부끄럽더라. 나도 부산에서 한다면 했고 아직까지는 쫄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머리가 절로 조아려졌다. 그래서 변하게 된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갈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씨네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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