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침묵' 감독 "태산♥유나가 불륜? NO! 법적 싱글남"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1.08 08: 30

 (인터뷰①에 이어) 딸로 인해 일생일대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최민식 분)은 돈을 좇던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흥미진진한 캐릭터의 사랑과 부성애, 그리고 이면에 감춰진 슬픔과 회한을 오가는 섬세한 최민식의 감정선이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법정드라마’라는 무거운 작품이라고 예상하겠지만, 보고 나면 ‘침묵’을 바라보는 눈빛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살해된 약혼녀 유나(이하늬 분)와 사건 당일의 일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미라(이수경 분), 그녀의 죄를 확신하는 검사 동성식(박해준 분)과 미라의 변호사 최희정(박신혜 분), 살인사건의 키를 쥔 목격자 김동명(류준열 분)까지. 태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정지우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이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기존의 작품들과 똑같은 영화를 만들 거라면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의 중점이자 클라이맥스는 임태산이다. 그가 자수성가한 사람이니까 세상의 모든 돈과 명예를 갖고 있는 거 같지만 사실은 마음 한 구석에 큰 구멍이 있고 그것을 메우는 게 주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민식 선배와 저, 제작사 대표가 모인 거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세 사람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장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논의하며 만듦새를 갖춰 나갔다. 정 감독은 “태산과 유나의 관계부터 유나와 미라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두 사람 때문에 유나와 태산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등 굉장히 많은 설정을 생각했다. 또 미라가 유나에게 친절하게 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난처한 기분을 마음껏 드러낼지 고민했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뜨거웠던 제작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를 보면서 나이차가 크게 벌어진 태산과 유나를 불륜 관계로 이어져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치부할 관객도 있을 터다. 하지만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태산과 유나를 불륜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한 사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사별한 태산은 법적으로 싱글인 솔로남이다. 태산에게 아내가 있었다면 불륜이겠지만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물론 이 커플이 만나는 장면이 긴장감을 주기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이 어린 가수와 만난다고 해서 불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지 남녀의 나이차가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어 정 감독은 “태산에게 유나라는 사람은 천사 같이 아름다운 여자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관계”라며 “보는 이들을 의심할 정도로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하늬의 숨겨진 역량에 놀랐다”고 칭찬했다.
영화의 반전은 유나를 죽인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돈밖에 모르던 태산이 그토록 헌신적인 아버지였다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이 멋지게 폼 잡았다는 말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하지만 돈 있는 사람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딸과의 관계에서 실패한 아버지이자 사랑까지 잃은 한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는 과정이다. 반전 그 자체보다 결과가 주는 여운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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