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15승을 해도 욕 먹겠는데요".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KIA 좌완 양현종이 벌써부터 내년 시즌을 생각하는 것일까? 올해 꿈의 20승을 올렸다. 야구 인생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제는 슬슬 내년을 생각한다. 내년도 20승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15일 광주시청에서 윤장현 시장에게서 감사패를 받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올해 20승이나 했는데 내년에는 15승을 해도 욕 먹게 생겼네요"라는 농담이었다. 자신도 놀랄만큼 인기가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내심 내년에는 팬심에 보답할 수 있다는 기준점을 정한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시리즈 이후 양현종의 위상은 달라졌다. 김기태 감독이 "전국구 슈퍼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딱 정답이었다. 찻집에 앉아 있어도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최동원 투수상을 수상하러간 부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누구나 박수치는 별중의 별이 되었다.
따라서 20승 투수 양현종의 2018 성적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 양현종의 올해 연봉이 15억 원이었다. 내년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0승 투수이자 몸값에 걸맞는 성적표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몇 승을 해야할까? 사실 15승이면 체면은 충분히 살리고 남는다.
그러나 말이 15승이지 결코 쉽지 않는 성적이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는 2016년 22승(3패) 평균자책점 2.98를 기록했다. 2017시즌에는 30번 마운드에 올랐지만 14승(8패)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 4.08. 부진한 것은 아니었지만 15승을 따내지 못한 이유로 작용했다.
양현종은 최근 4년동안 61승을 따냈으니 연간 15승을 올렸다. 사실 이것보다는 4년동안 연평균 30번의 선발등판을 소화한 내구성이 더 대단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의 경험이 그를 빅피쳐로 만들어주었다. 내년에도 부상없이 30번의 선발등판만 소화한다면 승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우승 인사를 하느라 바빴고, 12월는 구단 자체 우승행사, 언론사와 일구회 등이 개최하는 야구시상식, KBO 골든글러브도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환대와 박수를 받으면서 마음에는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15승 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듯 하다. 20승 투수의 머리 속에 2018시즌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