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패의 불씨는 9회였다. 마무리 김윤동(24·KIA)의 갑작스런 제구 난조가 끝내기 역전패를 불렀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일본과 개막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7-8 역전패를 당했다. 17일 대만전을 잡으면 일본과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을 기회가 남아있다. 다만 그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마무리투수 문제다.
한국은 9회말 들어가기 전까지 4-3, 한 점차로 리드하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8회 장필준이 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치며 일본 타선의 기를 꺾어 놓았고, 9회 마무리 김윤동으로 마운드가 넘어갔다. 첫 타자 도노사키 슈타를 3구 삼진 처리할 때만 해도 승리가 거의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삼진 직후 상대한 니시카와 료마에게 1~3구 연속 볼을 던진 것이다. 4구째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5구째 볼이 빗나가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선동렬 대표팀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끊어갔지만 통하지 않았다. 다음 타자 다무라 다쓰히로에겐 4개의 공 모두 볼이었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
갑작스런 제구 난조는 다음 타자 구와하라 마사유키에게도 이어졌다. 볼카운트 2-1로 몰리더니 4구째를 공략 당해 우전 안타를 맞았다. 1사 만루. 결국 선동렬 감독은 좌완 함덕주로 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김윤동이 던진 16개의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는 6개뿐, 그보다 더 많은 10개의 공이 볼이었다.
뒤이어 나온 함덕주가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4-4 동점이 됐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함덕주가 끝내기 점수를 주지 않아 김윤동의 실점은 1점으로 끝났지만 너무 치명적인 점수였다.
마무리투수에게 필수 요소는 구위, 제구력, 배짱이다. 140km대 중후반 강속구를 던지는 김윤동은 구위를 갖춰지만 제구가 불안하다. 소속팀 KIA에서도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이 5.3개로 제구가 좋지 않은 편이다. 스스로 주자를 쌓아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날 일본전에서 재현됐다. 배짱 두둑한 투수라도 제구가 흔들리면 위기 상황을 맡기기 어렵다.
김윤동의 약점이 첫 경기부터 드러남에 따라 선동렬 감독으로선 마무리투수 교체 카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대안으로는 장필준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8회 1점차 리드에서 150km 안팎 강속구를 던지며 3개의 아웃카운트 모두 삼진으로 장식했다. 장필준의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은 3.5개로 김윤동에 비해 1.8개 적다. 시즌 세이브도 21개로 김윤동(11개)보다 많다.
한국은 17일 대만전에 결승 진출을 걸고 싸운다. 9회 또 같은 상황이라면 마무리는 김윤동보다 장필준에게 무게가 실린다. /waw@osen.co.kr
[사진] 김윤동(위)-장필준. /도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