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에겐 참 추운 겨울이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흐르는 세월이 너무도 야속하다.
NC는 16일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와 재계약 포기를 공식화했다. 지난 2013년 NC의 1군 창단 때부터 5년간 함께한 식구였지만 NC는 해커보다 더 젊고 건강하며 강력한 투수를 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넥센도 외인 에이스 앤디 밴헤켄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밴헤켄도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넥센에서 활약했다. 2016년 일본프로야구에 도전했지만 외유는 짧았다. 전반기가 끝나고 '친정' 넥센에 돌아왔다.
두 투수 모두 팀을 대표하는 외인 에이스들이었다. 밴헤켄은 6년간 통산 156경기 73승42패 평균자책점 3.56, 해커는 5년간 통산 137경기 56승34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밴헤켄은 2014년 20승, 해캐너는 2015년 19승을 올리며 나란히 다승왕과 함께 투수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특급' 외인이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막지 못했다. 해커는 올해 12승에 평균자책점 3위(3.42)로 활약했지만, 1983년생 만 34세로 지난해부터 팔꿈치·발목 부상으로 내구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밴헤켄도 올해 반복된 어깨 통증으로 45일을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며 8승7패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3.77은 개인 통산 최악의 수치.
밴헤켄과 해커뿐만이 아니다. 두산 외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도 재계약은 가능하겠지만 최고 210만 달러 몸값 하락이 불가피하다. 니퍼트는 올해 30경기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활약했으나 후반기 평균자책점 4.99로 불안했다. 포스트시즌에도 1승2패 평균자책점 8.10으로 예전 같지 않았다. 1981년생으로 만 36세. 니퍼트도 세월 앞에선 존재감이 흔들린다.
외국인 선수 쿼터가 제한된 KBO리그 규정상 리스크를 안고서 베테랑들과 계속 함께할 순 없다. 올 겨울만의 일은 아니었다.
1999년부터 7시즌 동안 한화에서 최장수 외국인 타자로 활약한 제이 데이비스는 만 37세였던 2006년이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다. 펠릭스 호세도 2007년 만 42세 최고령 외인 선수로 뛰었으나 나이를 이겨내지 못한 채 시즌 중 퇴출로 떠나야 했다. 2009년 KIA 우승을 이끈 아퀼리노 로페즈도 만 37세에 재계약에 실패한 뒤 SK로 이적했으나 시즌 도중 웨이버 공시됐다.
2012년 넥센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도 2년 뒤인 2014년 만 39세 시즌 중 팀을 떠났다. 크리스 옥스프링은 만 38세였던 지난 2015년 kt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해 185이닝 12승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발목 잡혀 재계약에 실패했다. 특급 외인들에게도 흐르는 세월은 너무 야속하다. /waw@osen.co.kr
[사진] 밴헤켄-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