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조는 없다. 물론 최악의 조도 없다. 냉정한 판단으로 준비하는 것이 최상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페루가 뉴질랜드를 꺾고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 32개국이 확정됐다. 따라서 오는 12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조추첨에 관심이 집중된다.
월드컵 본선은 32개국이 4개팀씩 8개 그룹으로 편성돼 조별리그를 치르며, 각조 1~2위 총 16개국이 결선 토너먼트에 올라 우승팀을 가린다. 기본적인 월드컵 진행 방식은 같지만 이번에 열릴 조추첨은 그동안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래는 톱시드 팀을 1번 포트에 둔 뒤 나머지 국가들을 대륙별로 묶어 포트를 나눴다. 유럽-아프리카,-아시아팀들끼리 묶어 같은 포트에 배정했다. 같은 대륙 팀끼리 한 조에 포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출전 국가가 많은 유럽은 예외였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0월 FIFA 랭킹 기준으로 포트를 배정하고 조 추첨을 단순화 했다.
일단 톱시드를 배정받는 1번 포트에는 개최국 러시아를 포함해 FIFA 랭킹 1∼7위인 독일,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 프랑스가 차례로 들어간다.
본선 32개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63위)와 개최국 러시아(65위) 다음으로 순위가 낮은 62위의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마지막 4번 포트가 확정됐다.
일단 4번 포트에는 아시아 지역 중 이란을 제외한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과 최종예선서 압도적인 1위로 월드컵 본선을 확정지은 이란을 한국은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었지만 유럽을 제외한 지역의 국가들은 한 조에 속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일단 이란은 제외된다.
따라서 여러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트에 따른 변화다. 일단 1번 포트에서는 개최국인 러시아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 받는다. FIFA 랭킹 65위인 러시아는 한국에 비해 FIFA 랭킹이 떨어진다. 단순히 FIFA 랭킹만 놓고 판단하는 일이다. 그리고 포트 2에서는 18위 크로아티아, 포트 3에서는 32위 세네갈이 한국과 한 조에 속한다면 가장 기분좋은 조 편성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각 국가들의 판단 중 한국은 가장 쉬운 상대중 하나다. 일단 FIFA 랭킹을 높고 본다면 한국은 개최국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63위)이에 밑에서 3번째인 62위다. 한국 보다 FIFA 랭킹이 낮은 나라는 2개국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최근 행보를 봤을 때 가장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는 차치하더라도 유럽 평가전과 최근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을 놓고 본다면 본선 진출국 중 가장 경쟁력이 떨어진다. 냉정한 평가다. 유럽 2연전을 살펴보면 최악이다. 러시아를 상대로 무너졌다. 모로코를 상대로는 앞 서 있는 것처럼 평가했지만 결론은 완패였다. 모로코가 만약 후반서 경기 템포를 늦추지 않았다면 더 큰 망신을 당할 수 있었다.
물론 2연전에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정상적인 전력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각 포지션별로 선수가 배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뛴 선수들이 많았다. 따라서 경기력에 대한 기대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하기 어려웠다.
콜롬비아-세르비아로 이뤄진 평가전서 한국은 완전히 달라진 결과를 얻었다. FIFA 랭킹 13위인 콜롬비아에는 2-1로 승리했고 38위 세르비아와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콜롬비아는 팀 전력의 핵심인 라다멜 팔카오가 합류하지 않았다. 또 추운 날씨로 인해 콜롬비아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한국의 경기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보여준 모습의 냉정한 평가다.
세르비아도 주전들이 대거 빠졌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는 거의 없었다. 다만 유럽 빅리그에서 인정 받기 시작한 선수들과 경기를 펼쳤고 부담이 컸다. 선제골을 허용하는 순간은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후반 상대가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국의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냉정한 판단이다.
최근 펼쳐진 경기를 보고 판단했을 때 한국에게는 최고 혹은 최악의 조 편성은 없다. 다만 우리가 만나게 될 팀들의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항상 상대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났다. 또 현지 상황도 판단하지 못한 채 부담이 큰 결과를 얻었다. 비록 무대가 다르지만 우리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고 냉정하게 상대를 평가하며 성과를 얻어낸 것은 2012 런던 올림픽이 유일하다. 당시 개최국 영국은 한국에 대한 분석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한국은 체력을 바탕으로 몰아치며 승리를 거뒀다. 그 결과 사상 처음 축구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거의 결과가 비슷했다. 최상의 조라고 자체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이번 2연전서 드러난 것처럼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뛰는 투지를 바탕으로 상대의 약점을 찾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콜롬비아-세르비아전에 나타난 상황들을 정확하게 되짚어야 한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