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삼성-KIA전이 열린 아카마 볼파크.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첫 연습 경기에서 5-14로 패했다. 선발 황수범(3이닝 7피안타(2피홈런) 1사구 1탈삼진 6실점)을 비롯해 김승현(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김기태(1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 홍정우(1이닝 7피안타 6실점), 김시현(1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 정인욱(2이닝 무실점)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은 오치아이 에이지 1군 투수 코치와 정현욱 1군 불펜 코치는 첫 연습 경기를 앞두고 ▲빠른 투구 템포 ▲스트라이트존 안 전력 투구 ▲슬라이드 스탭 ▲사사구 최소화 등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오치아이 코치와 정현욱 코치는 투수들에게 9이닝동안 사사구 3개 넘게 허용할 경우 벌칙을 주기로 했다. 물론 3개 이하 기록할 경우 훈련량 조절이라는 당근도 빼놓지 않았다. 보다 공격적으로 투구하라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일까.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울 만도 했으나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연습 경기이기에 투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른 선수들은 평소와 달리 씩씩한 모습이었다. 맞아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온 힘을 다해 힘껏 던졌다. '투수는 맞으면서 큰다'는 말처럼 타자들에게 얻어 맞고 점수를 내주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돌아보고 보완하면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하고도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벤치에서도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중앙 출입구 옆 벤치에 경기조에 포함됐던 투수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이날 경기 내용을 복기하기 위해서다. 오치아이 코치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상황별 공배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선발 투수로 나섰던 황수범은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고 오치아이 코치는 일본어 통역 이우일 씨를 통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에 황수범은 뭔가 깨달은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황수범 뿐만 아니라 경기조 투수들도 오치아이 코치와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모든 게 코치와 선수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투수조 훈련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예년보다 훈련량은 늘어났지만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뛴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수조의 훈련을 지켜보던 김한수 감독 또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감독과 코치의 소통은 완벽에 가깝다. 김한수 감독과 오치아이 코치는 평소 신뢰 관계가 두텁다. 오치아이 코치는 삼성의 마운드 재건을 위해 1군 투수 코치직을 맡아달라는 김한수 감독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그리고 김한수 감독은 오치아이 코치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투수 파트 운용 전권을 맡기기로 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김한수 감독을 위해 적어도 투수 파트 만큼은 아무런 걱정없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마운드 붕괴 속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의 아픔을 맛본 삼성.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마운드 재건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