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으로 씻을 수 없는 데미지를 얻은 한국 대표팀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상황.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 대표팀 마운드에는 대만의 홈런을 조심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APBC 개막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7-8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경기 중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있던 한국은 막판 일본의 장타 세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4-1로 앞서던 6회말 야마카와 호타카에 추격의 투런포를 얻어맞았고, 9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연장 10회 승부치기로 7-4로 리드를 잡은 대표팀이었지만 우네바야시 세이지에 동점 스리런포, 그리고 타무라 다쓰히로에 끝내기 2루타를 얻어맞았다. 결정적 순간 투수진이 얻어맞은 장타로 인해 결국 한국은 혈전을 이겨내지 못했다.
최소 결승 진출을 목표로 삼고 도쿄에 입성한 대표팀이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남은 대만전에서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둬야 결승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이미 타선은 일본 투수진을 상대로 경쟁력을 검증했다. 대만의 투수진은 일본보다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많기에 타선에 대한 걱정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투수진이다. 일본이 정교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타격을 펼친다면 대만은 한 방을 노리는 스윙이 예로부터 내려져 온 팀 컬러다. 홈런으로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대만은 언제나 한결같은 그런 면에서 보자면 현재 한국 마운드가 결승 진출을 위해 경계해야 할 것은 대만의 타선이다. 장타력을 갖춘 대만 타자들을 얼마나 봉쇄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만 타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는 일단 왕보룽(라미고 몽키즈)이다. 왕보룽은 선동렬 감독은 물론 일본 이나바 감독이 모두 ‘경계대상 1호’로 꼽은 인물이다. 대만리그에서 2년 연속 4할을 기록했고 2016년 29개, 2017년 31개의 홈런을 뽑아낸 대만 최고의 타자다. 일본 무대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을 정도로 이번 대회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타자다. 왕보룽의 장타력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계획은 완전히 꼬여버릴 수 있다.
여기에 일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대만 야구의 ‘터줏대감’ 양다이강(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언제나 한국 대표팀을 괴롭게 했다. 올해 타율 2할6푼4리 9홈런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4홈런을 때려냈고 니혼햄 소속으로 2013년 18홈런, 2014년 25홈런을 뽑아내는 등 일발 장타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일본리그 통산 홈런은 90개다.
특히 대회가 치러지고 있는 도쿄돔을 홈으로 활용하는 요미우리 소속이기에 어떻게 타구를 때려야 비거리를 증대시킬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공기 저항이 없고, 공기 부양식이라는 특수한 돔구장 형태인 도쿄돔이 홈런과 연관이 깊은 곳이라는 것을 양다이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대만 리그에서 2루타 34개를 뽑아내며 ‘갭 파워’를 선보인 천제셴(퉁이), 왕보룽을 소속팀에서 보좌하며 27홈런을 기록한 주위셴(라미고) 등 일발 장타력으로 한국을 괴롭게 만들 선수들이 있다.
‘걸리면 넘어 간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타력 보다는 세밀함, 정교함이 부족한 대만 타선이지만, 실투는 곧 장타로 연결된다는 것을 한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선점해야 하고 실투를 던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한일전 역전패의 충격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만의 장타력을 언제나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법이 필요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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