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 그럼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분명히 있다. 선동렬호의 급선무로 와르르 무너진 불펜 재건이 떠올랐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BPC) 2017'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서 열린 일본과 대회 첫 경기를 7-8로 분패했다. 선발투수 장현식이 5이닝 1실점 배짱투를 선보였으나 불펜진이 5이닝 7실점으로 경기를 날렸다. 각 팀의 '믿을맨'들이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은 3회 한 점 내주며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4회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대거 4득점, 역전에 성공했다. 장현식이 5회까지 막아내고 마운드를 내려간 상황. 뒤이어 등판한 구창모가 아쉬움을 남겼다. 구창모는 선두 곤도 겐스케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어 야마가와 호타카에게 초구부터 투런포를 헌납했다. 공 3개로 2실점. 순식간에 4-3 한 점 차 아슬아슬한 리드로 좁혀졌다.
뒤이어 나온 투수들은 깔끔했다. 박진형(1⅔이닝 퍼펙트)을 시작으로 장필준(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도 이닝을 지웠다. 8회까지 4-3. 선동렬 감독은 '클로저' 김윤동을 투입했다.
김윤동은 첫 타자 도노사키 슈타를 3구 삼진으로 깔끔히 처리했다. 하지만 후속 니시카와 료마 타석부터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니시카와에 이어 다무라 다츠히로까지 볼넷. 구와하라 마사유키의 우전 안타로 1사 만루 위기가 초래됐다.
여기서 선동렬 감독은 함덕주 카드를 꺼냈다. 함덕주는 첫 타자 교다 요타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으나 후속 두 타자를 실점 없이 처리했다. 연장전 돌입. 한국은 연장 10회 승부치기서 3득점하며 불펜의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함덕주는 10회 승부치기서 1사 후 스리런 아치를 얻어맞았다. 결국 다시 동점. 이민호가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이민호는 첫 타자를 삼진으로 솎아냈으나 안타와 도루로 2사 2루에 몰린 뒤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대표팀의 '믿을맨'을 모두 소모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특히 선동렬 감독이 마무리 자리를 두고 저울질했던 함덕주와 김윤동 카드가 모두 날아간 게 뼈아프다. 이제 당장 17일(오늘) 대만전과 불투명한 결승전을 위해 필승조 재편이 필요하다.
가장 믿음직한 카드는 장필준이다. 장필준은 8회 일본의 2~4번 타순 상대로 안타 하나를 내줬으나 아웃카운트 세 개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소속팀에서도 클로저로 자리매김한 상황. 일본전 8회 보여준 모습이라면 뒷문을 잠그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전망이다.
장필준 앞에 나설 카드로는 박진형과 심재민이 꼽힌다. 박진형은 일본전서 한 점 차로 쫓기는 상황에 등판, 아웃카운트 다섯 개를 퍼펙트로 지웠다. 심재민 역시 국내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선동렬 감독의 합격점을 받아둔 상황이다.
일본전서 장필준은 19구, 박진형은 20구를 던졌다. 연투가 불가능한 투구수는 결코 아니다. 대만전 등판해 좋은 결과를 이끈다면 하루 휴식 후 결승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일본전에 등판하지 않은 심재민은 언제든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하다.
약점이 노출됐다. 이제 수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i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