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옷을 차려 입고 나온 그를 모두가 기다렸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구승민(27)이 팀 영건 투수진의 ‘비밀병기’ 대열로 합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승민은 지난 2015시즌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했다. 적당한 보직, 알맞은 투구폼을 모두 찾지 못한 채 떠났다. 하지만 2년의 시간 동안 구승민은 모든 것을 바꾸며 새롭게 정립해나갔고 자신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지점들을 찾고 전역해 롯데로 돌아왔다.
올해 퓨처스리그 상무에서 37경기 등판해 1승 1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51의 성적을 남겼다. 퓨처스리그라고 하더라도 구승민은 철벽 마무리로 이름을 알렸다. 정규시즌 막판 1군 등록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지만, 일단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구승민은 “군대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하며 상무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상무 박치왕 감독, 이승호 투수코치는 ‘자신의 것’이 없던 구승민을 탈바꿈 시켰다. 본인 스스로도 “공은 빠르다고 했지만 폼이 매번 다르다 구속에 기복이 있었던 경기가 있었다. 그것을 줄이고 싶었다. 상무 가기 전에는 왔다 갔다 하면서 뭐가 더 맞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기복보다는 안정감을 찾아 헤맸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구승민은 “박치왕 감독님께서 보직을 정해주셨는데, 불펜 보직이 나에게 맞는구나 싶었다. 이를 바탕으로 구속도 올리고 변화구를 확실하게 만든 것이 좋은 기록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직을 결정하면서 상무 복무 이전에는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던 투구 폼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는 “상무 가기 전부터 투구 폼을 잡고 있었다. 상무에서도 많은 동료들과 코치님께 물어보고 제 걸로 만들려고 하니 팔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며 “그래서 좋은 공이 던지는 것 같다. 스리쿼터가 공은 빠를 수 있는데 제구가 잘 안됐다. 제구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기본을 해결하자 심화과정인 변화구를 가다듬는 부분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그는 “포크 슬라이더 많이 배웠다. 이전에는 슬라이더는 밋밋했고 포크볼도 덜 떨어졌다”면서 “그래서 상무에 있을 때 정말 많이 던졌다. 그 2개는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 가기 전보다는 좋아졌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구승민의 확실한 성적은 1군 코칭스태프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미 빠른공의 구위는 군 복무 이전부터 인정을 받은 터. 이제는 확실한 1군 전력으로 만들기 위해 지켜보며 가다듬을 곳을 찾고 있다. 이용훈 불펜 코치는 “기록으로는 퓨처스리그를 평정했다. 공은 이전에도 충분히 빨랐다. 계속 지켜보면서 지금은 마운드 위에서 용기 있게 던질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승민 역시 1군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이 갖춰온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년 동안 감독님 코치님께서 기록으로만 보시고 저를 실제로 못 보셨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다”면서 “폼을 건드는 것 보다는 저를 지켜보고 성향을 파악하시는 것 같다. 별 다른 말 보다는 열심히 하는 제스처나 투구 외의 부족한 것들을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멘탈은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 보강 운동이 주요한 내용들이었다.
상무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보강 운동 부분이기에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운동을 시작 중이다. 구승민은 “상무에서도 트레이너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코어가 잘 잡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지금은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잘 못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잘 따라가고 있도록 노력 중이고 군대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이기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1군에 없던 사이, 2군에서 함께 고생했던 박진형, 김원중, 김유영 등 또래 선수들이 1군의 붙박이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구승민에게 동기를 주기에 충분했고 자극제가 됐다. “2년 사이에 (박)진형이 (김)원중이 (김)유영이 군대 가기 전에 함께 고생했는데 잘 하는 것을 보면 기분 좋다”면서도 “동기부여와 자극이 된다. 나도 전역해서 저 친구들처럼 잘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제는 구승민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모두가 구승민이 롯데 불펜의 새로운 영건 자원이자 ‘비밀병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군대 가기 전에는 기대를 받았던 만큼 성적을 잘 내진 못했다”면서 “이제는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고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 선배들에게 배우고 좋은 선수가 돼서 기회를 기다리겠다”며 앞으로의 1군 마운드에 나설 시간을 기다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