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의 '승리의 설계자' 권순형이 FC 서울과 최종전서 2017시즌 유종의 미를 거둔다.
제주는 19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8라운드 최종전에서 FC 서울과 격돌한다. 현재 19승 9무 9패 승점 66을 기록 중인 제주는 이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2위를 확정, 2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자칫 동기부여가 없는 경기일 수 있지만 승리를 향한 제주의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서울을 상대로 5경기(3무 2패)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 김원일이 경고 누적(3회)으로 결장하지만 제주의 전력은 흔들림이 없다. 오반석, 권한진, 조용형, 알렉스, 백동규 등 리그 최소 실점 2위를 이끌고 있는 수비라인이 건재하다.
제주는 A매치 휴식기 동안 상하이 선화와 친선경기서 7-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도 한껏 끌어올렸다. 전역 및 이적으로 새롭게 가세한 정다훤(1골), 박수창(1골), 김도엽(3골)도 골맛을 봤다. 승리의 설계는 권순형이 맡는다. 권순형은 그동안 서울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자신의 전매 특허인 강렬한 슈팅으로 2골을 뽑아낸 바 있다.
올 시즌 권순형은 2골 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전에서 2년 연속 두자릿수 공격포인트 달성을 노린다. 권순형은 지난 시즌 5골 8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바 있다. 권순형은 "지난해보다 공격포인트 기회가 많이 찾아오지 않았다. (이)창민이, 윤빛가람 등 슈팅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경기 운영에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마지막 기회인 만큼 기회가 온다면 살리고 싶다. 특히 서울을 상대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서울을 상대로 승수를 쌓지 못했다. 이러한 흐름을 다음 시즌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다. 비록 순위는 확정됐지만 제주가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프로 첫 개인 타이틀 역시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프로 입성전 권순형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대형 유망주였다. 2008년 고려대 재학시절에는 제9회 전국대학축구대회 MVP, 제4회 전국춘계대학 축구연맹전 우수선수에 선정되며 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권순형은 프로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중원의 든든한 한축으로 송진형(서울)부터 올해 이창민, 윤빛가람까지 수많은 파트너들을 빛나게 만들었다. 올해는 팀 기여도(팀 내 최다 도움)와 준우승이라는 성적과 함께 당당한 주인공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KEB하나은행 K리그 2017 대상 시상식 미드필더 부문 후보에 후배 이창민과 함께 이름을 올린 권순형은 "솔직히 욕심은 없다. 그래도 제주와 함께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다. 무엇보다 제주팬들이 더 좋아하고 있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항상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dolyng@osen.co.kr
[사진] 제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