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승리였다. 결승행 8부능선을 넘었지만 대만을 쉽사리 떨쳐내지는 못했다. 이제 대만은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서 대만과 대회 두 번째 경기를 1-0으로 승리했다. 이정후가 6회, 팽팽하던 0의 균형을 깨며 결승점을 올렸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전날(16일) 한일전 충격의 7-8 역전패 후유증을 금세 극복했다. 한국은 1-0 승리로 18일 일본과 대만전 결과에 상관없이 TBQ(이닝당 득점률과 이닝당 실점률 차이)에 따라 결승전에 선착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속시원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지 않았다. 대만은 이날 선발투수로 천관위를 내세웠다. 천관위와 한국의 인연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였다. 천관위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한국과 예선전에 선발등판, 4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결승에서도 2⅓이닝 2실점.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 상대로 선발등판, 1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통산 3경기 8이닝 2패, 평균자책점 5.63.
1회까지만 해도 천관위의 공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천관위는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140km대 중반. 그러나 이날은 경기 내내 140km를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슬라이더의 예리함으로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던질수록 강해졌다. 4회까지 매 이닝 주자 한 명씩은 내보냈지만 5회부터 삼자범퇴로 힘을 냈다. 5회 2사 후 김하성에게 볼넷, 이정후에게 3루타를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충분한 호투였다.
단순히 천관위에게만 끌려다닌 게 아니었다. 천관위를 뒤이은 불펜진은 3⅓이닝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막아세웠다. 이정후의 결승타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마지막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짜임새도 있었다. 대만 야구의 이미지는 '투박함'으로 대변됐다. 선수 개개인의 힘은 충분하나 세밀함에서 밀린다는 의미였다. 수비나 작전이 필요한 '한 점 승부'에서 자멸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편견이었다. 대만은 이날 짜임새 강한 수비로 대표팀 타선을 옭아맸다. 특히 0-0으로 맞선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박민우의 잘 맞은 타구가 3유간으로 향했으나 유격수 천졔시엔을 넘지 못했다. 천졔시엔은 타구를 잡아 노스텝으로 즉시 1루에 뿌렸다. 걸음이 빠른 박민우였음에도 결과는 아웃. 대만의 짜임새있는 수비가 빛난 장면이었다.
타석에서의 세밀함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대만은 6회 양다이강의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천졔시엔 타석, 초구부터 번트를 시도했으나 임기영은 2구까지 볼을 던졌다. 이후 천졔시엔이 거듭 번트에 실패하며 파울. 볼카운트는 2B-2S까지 몰렸다. 여기서 대만 벤치는 과감히 스리번트를 댔다. 천졔시엔은 두 번의 실패에도 세 번 당하지 않았다. 양다이강을 무사히 2루까지 안착시키며 제 역할을 다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작전 야구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국제대회 때면 늘 일본을 주적으로 상정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앞서는 상대이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대만이라고 해서 반드시 잡고 갈 카드는 결코 아니다. 대만 야구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