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가 안방처럼 편했던 선동렬 감독이다. 국가대표 사령탑 데뷔전서 그 자존심을 구겼지만 하루 만에 극복했다. 강행과 조기 투입 시점을 절묘히 섞으며 1-0 영봉승을 이끌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서 대만과 대회 두 번째 경기를 1-0으로 승리했다. 이정후가 6회, 팽팽하던 0의 균형을 깨며 결승점을 올렸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전날(16일) 한일전 충격의 7-8 역전패 후유증을 극복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일본과 대만 결과에 상관없이 TBQ(이닝당 득점률과 이닝당 실점률 차이)에 따라 결승전에 선착했다.
선동렬 감독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처음 합류했다. 김인식 감독을 도와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이어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도 투수코치로 한 번 더 김인식 감독을 보필했다. 이 대회 8경기에서 한국 투수진 평균자책점은 2.00. 그러나 불펜진은 29⅔이닝을 소화하며 3실점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0.91. 김인식 감독은 선동렬 당시 코치에게 투수 교체 전권을 일임했다. 이 대회에서 선 당시 코치는 '작두 탄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대표팀 사령탑을 잡은 첫 경기는 아쉬웠다. 선 감독은 16일 데뷔전이었던 한일전서 7-8 역전패를 맛봐야했다. 선발투수 장현식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뒤이어 나온 불펜진이 4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특히 선 감독이 '키 플레이어'로 꼽았던 김윤동(⅓이닝 1실점)과 함덕주(1이닝 3실점)가 모두 무너졌다.
선 감독은 구겨진 자존심을 하루 만에 회복했다. 이날 대만은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을 맞아 2번부터 8번까지 7명을 좌타자로 배치했다. 그러나 임기영은 이날 3회, 좌타자 옌홍쥔에게 이날 경기 유일한 장타를 허용했을 뿐 좌타 라인을 제대로 봉쇄했다.
투구수가 100구로 향해가던 6회, 임기영은 선두 양다이강에게 안타를 내줬다.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1사 1·2루, 4번부터 8번까지 4타자 연속 좌타자가 임기영을 막아설 채비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임기영을 믿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임기영은 천쯔하오와 주위셴을 모두 범타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시즌 좌타 상대 피안타율(.290)과 우타 상대 피안타율(.296)의 큰 차이가 없었던 임기영이기에 기대에 부응했다.
대표팀은 6회 선취점을 뽑아내며 화답했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 그러나 선동렬 감독은 7회에도 임기영을 올렸다. 함덕주와 김윤동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불펜 가용 인원이 제한됐기에 이해할 수 있던 선택이었다. 임기영은 하위타선 상대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포효했다.
8회부터는 박진형이었다. 그러나 박진형은 2사 후 볼넷과 2루타로 2·3루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서 선 감독은 클로저 장필준을 조기투입했다. 장필준은 상대 4번타자 천쯔하오를 루킹 삼진 처리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났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장필준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켜냈다.
강행과 조기투입. 사령탑이 택할 수 있는 상반된 방식이다. 선 감독은 이를 적절히 사용하며 다시 작두 위에 올라섰다. /ing@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