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심의 존은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영건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서 대만과 대회 두 번째 경기를 1-0으로 승리했다. 이정후가 6회, 팽팽하던 0의 균형을 깨며 결승점을 올렸다. 선발투수 임기영은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임기영은 3회까지 2루타 하나만을 내줬을 뿐 깔끔한 투구를 이어갔다. 특유의 체인지업을 칼제구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꽂아넣었다.
0-0으로 팽팽하던 4회, 임기영은 1사 후 왕보룽과 상대했다. 대만의 경계 대상 1순위 타자였다. 임기영은 첫 2구를 스트라이크로 꽂아넣었다. 3구는 파울. 그리고 4구째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제대로 꽂아넣었다. 앞서 2구 때와 비슷한 코스였다.
하지만 나코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삼진을 직감했던 임기영은 마운드 위에서 격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쉬워하기는 포수 한승택도 마찬가지. 흔들린 임기영은 결국 왕보룽과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강철 투수코치가 급히 마운드에 올랐다. 임기영은 후속 천즈하오에게도 볼넷을 내줘 득점권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솎아내며 한숨 돌렸다.
스트라이크존은 기본적으로 구심의 재량이다. 대회마다 명시된 규정이 있지만 그 안에서라면 심판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국제 대회에서 심판진의 소속 리그 성향에 따라 존이 달라지는 경우는 다반사다.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배터리가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을 못해 고전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판정이 일관됐을 때나 적용되는 이야기다. 비단 국제 대회가 아니더라도 일관되지 않은 스트라이크존이라면 투수와 포수는 승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난감함은 국제 무대일 경우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바로 이날 나코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그랬다. SBS스포츠에서 중계를 맡은 이승엽 특별 해설위원도 왕보룽 타석 볼판정을 보고 "이건 아무리 봐도 스트라이크 같다"라고 소신 발언했다. 8년간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던 이승엽 위원은 "일본프로야구는 보통 좌우폭이 좁은 반면 위아래가 넓다"라며 "오늘 나코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은 일본프로야구 성향과는 확실히 반대다"라고 설명했다.
비단 앞서 언급한 장면만이 아니었다. 임기영은 앞서 0-0으로 맞선 3회 2사 2루, 양다이강 상대로 초구 체인지업을 복판 낮은 쪽으로 꽉차게 던졌다. 이날 경기 내내 체인지업을 던졌고 그 코스는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만큼은 나코 구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임기영은 물론 포수 한승택도 한참 동안 미트를 움직이지 않으며 볼 판정을 아쉬워했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6회 이정후의 1타점 3루타로 기세를 올린 대표팀은 7회에도 기회를 잡았다. 2사 후 박민우의 안타와 정현의 볼넷으로 1·2루, 구자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구자욱은 볼카운트 1B-1S에서 대만 세 번째 투수 펑스잉의 3구를 지켜봤다. 앞서 임기영 때보다 낮은 코스. 그러나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볼이라고 생각했던 구자욱은 구심의 손이 올라가자 큰 동작으로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한 점 차 승부를 힘겹게 지켜냈다.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임에도 배짱 하나만큼은 두둑했다. /ing@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