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부자 전설이 탄생했다.
한국대표팀은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 대만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임기영의 눈부신 역투와 19살의 막내 이정후의 결승 3루타를 앞세워 1-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한국은 결승전에 먼저 올라갔다.
이날 승리의 수훈갑은 투수 임기영이었다. 7회까지 단 2안타만 내주고 7탈삼진 3볼넷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수훈갑은 19살의 막내 이정후였다. 0-0이던 6회말 2사1루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회심의 결승 3루타를 터트려 승리를 이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득점 장면은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5번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앞선 1회 2사 1,2루 타석에서 3루 파울풀라이로 물러났다. 4회 무사 1루에서는 힘껏 노려쳤으나 우중간 깊숙한 플라이로 물러났다. 방망이 중심에 맞았다면 펜스를 넘어갈 수 있는 볼이었다.
세 번째는 당하지 않았다. 천관위에게 무득점을 끌려가던 한국은 6회 2사후 김하성이 볼넷을 골라냈다. 삼세번 대결에서 천관위를 상대로 변화구를 노려쳤고 이번에는 방망이 중심에 맞아 빠르게 오른쪽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상대 우익수가 달려갔지만 잡지 못했고 펜스를 맞고 그대로 튕겨나왔다. 1루주자 김하성이 여유있게 홈을 밟아 선제점에 성공했다. 19살의 나이라고 믿기지 않는 노련한 노림수였다.
이정후가 안타를 날리자 1루 주루코치박스에 있던 아빠 이종범 코치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3루까지 진출하라는 신호였다. 이정후는 3루까지 뛰었고 슬라이딩으로 안착했다. 일어선 뒤 팔을 높이 들고 환호했다. 1차전 2타점 적시타에 이어 이날의 승리를 확인하는 첫 국제대회 결승타였다. 순간 많은 야구팬들은 이종범 코치의 일본전 결승타를 떠올렸을 것이다.
이종범 코치는 지난 2006년 WBC 1회 대회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3월 16일 애너하임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WBC 8강리그 일본과의 경기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날려 2-1승리를 이끌었다. 0-0이던 8회초 1사 1,3루에서 일본 구원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려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한국은 이 점수를 끝까지 지켜 승리를 이끌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던 모습이 아들과 비슷했다.
상대가 각각 일본과 대만이었지만 결승타의 무게감은 비슷했다. 당시 한국은 숙적 일본을 제압하고 6연승을 달렸다. 아들 정후는 이날 지면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위기에서 결정적인 3루타를 날려 대표팀을 결승행으로 이끌었다. 아빠는 일본을 잡았고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뒤 아들은 또 하나의 값진 승리를 대표팀에 선사했다. 태극부자 전설의 탄생이었다. /sunny@osen.co.kr
[사진]도쿄돔=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