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의 실력 차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APBC) 대만과 2차전서 이정후의 결승타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일본-대만의 승자와 19일 결승에서 만난다.
대회를 앞둔 선동렬 감독은 “1991년 처음 한일슈퍼게임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일본과는 상대가 안됐다. 도쿄돔에 처음 갔을 때 그 분위기에 압도가 됐다. 여전히 한국보다 일본의 수준이 높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이제 일본을 만나도 해볼만하다. 대만은 일본에게 안 되지만 ‘한국만 잡자’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가 한국야구를 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평했다.
선 감독의 말처럼 세 국가의 수준차이는 엄연히 존재했다. 하지만 과거만큼 크지는 않았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4-1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한국타선은 일본프로야구에서 15승을 거둔 야부타 가즈키를 마음껏 두드렸다. 김하성에게 동점 솔로포, 이정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야부타 가즈키는 3⅓이닝 3피안타 3볼넷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반대로 한국의 필승카드 장현식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치며 일본타선을 꽁꽁 묶었다. 한국은 구창모, 김윤동, 함덕주 등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10회말 7-8 역전패를 당했다. 특히 우에바야시는 함덕주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터트리며 아직의 일본의 수준이 좀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만전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대만은 4할 타자 왕보룽을 비롯해 타선이 무서운 팀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투수진의 기량은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5회까지 대만 선발 천관위에게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며 고전했다. 6회 이정후의 결승타가 터져 겨우 천관위를 무너뜨렸다. 이후에도 한국은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대만에게 우위를 점했지만 기량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의 NPB는 여전히 아시아최고의 프로야구리그다. 팀이 12개로 많은데다 연봉수준도 가장 높다. 지금은 한 명도 없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BO의 스타들이 대거 일본에 진출한 이유다. 한국프로야구도 10개 구단으로 발전했지만,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수준 높은 투수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대만은 프로팀이 4개뿐이라 발전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아시아 프로야구에서 워낙 인프라가 좋은 일본의 수준을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대표선수들이 맞붙는 국가대항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단기전에서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전력이 낮은 팀이 강팀을 잡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 국가의 전력 차가 점점 줄고 있는만큼, 이변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올해 처음 창설된 APBC는 앞으로 동아시아 야구발전과 교류에 큰 기폭제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을 놓고 다시 한 번 격돌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도쿄돔=손용호 기자 /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