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 나를 다시 찾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상호(28)는 지난해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찾는 듯 했다. 지난해 1루수로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114경기 타율 2할9푼(366타수 106안타) 7홈런 56타점 OPS 0.758의 성적을 남겼다. 김상호라는 이름 자체를 알리고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지난해보다 더 나은 시즌을 치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김상호다. 그러나 이대호가 6년 만에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김상호의 입지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결국 올해 김상호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80경기 타율 2할2푼8리(101타수 23안타) 7타점의 저조한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김상호의 오키나와 마무리훈련 컨셉은 ‘자아 찾기’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다시 찾는 것이다. 자신만의 타격적인 밸런스가 있었지만 잘하기 위한 욕심으로 인해 이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작년에 제 나대로 잘 쳤지만 올해 (이)대호 형이 오면서 변화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뭘 하려고 했던 게 잘 안됐다. 확실한 컨셉이 없었다. 잡생각이 많아서 좋았던 것이 있었는데 다르게 많은 시도를 하면서 바꾸려고 했던 것이 좋았던 부분까지 무너졌다”면서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잡으려고 한다. 타격적인 부분에서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본부터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상호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맞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다. 1루수로 보여줘야 했던 장타력이었다. 그로 인해 올 시즌을 앞두고 비시즌 동안 벌크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올 시즌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그는 “벌크업에 신경쓴 것이 올해 무너지게 된 첫 번째 이유인 것 같다. 나는 장타를 치는 타자가 아닌데 작년에 가능성 보였고, 홈런 개수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으니까 억지로 장타력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 잘못됐다”며 “이제 벌크업은 천천히 생각하고 싶다. 제가 잘했던 것, 제가 좋았던 것부터 다시 생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줄어든 출장 기회로 인한 조급한이 문제였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핑계를 대지 않고 팀에 대한 미안함보 전했다. 그는 “올해 팀에서 타격을 좋게 평가해주셔서 중요한 클러치 상황에서 나갔다. 하지만 준비가 안 돼 있었다. 팀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나만 생각했다”며 “팀에서 내가 가진 능력치를 알고 있어서 경기에 내보낸 것인데 나 혼자 타석에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등 딴 짓을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을 잘못하고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자신만의 장점, 그리고 되찾으려고 하는 것은 타이밍과 궤도였다. 그는 “선배들께서 타이밍 잡는 것과 방망이 나오는 궤도가 좋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힘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이나 궤도 때문에 좋은 타구 나온다고 하더라. 하지만 올해는 억지로 힘으로 치려고 하다보니까 그런 부분까지 무너졌다. 이 부분을 다시 잡고 시작하려고 한다”며 자신만의 타격을 찾으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아직은 내 것을 다시 찾으려는 게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김상호다. 그래도 그는 긍정의 마인드를 잃지 않고 있다. 그는 “계속 시도를 해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다음시즌까지 하다보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했던 것이 있으니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서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비 잘하다보면 예전처럼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를 뒷받침할 1루수도 필요한 롯데다. 김상호는 그 자리를 다시 비집고 들어가려고 한다. 독기는 이미 충분하고 달라질 내년을 벼루고 있다. 그는 “타격에서 더 확실한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내년 시즌 전까지 제 것을 만들고 찾고 싶다. 언제 타석에 들어가도 내 것이 있다고 찾을 때까지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매년 12월, 1월 서울 집에 갔다. 그러나 올해는 부산에서 계속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올해처럼 내년을 보내면 선수생활이 힘들 것 같다. 내년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독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