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다운 활약이다. 야구 대표팀의 마무리투수인 장필준(29·삼성)이 불꽃투로 대표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선발 당시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늦게 핀 장필준의 가치는 결정적인 순간 환하게 빛났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야구 대표팀은 이제 19일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16일 일본에서 승부치기 끝에 패했지만, 17일 대만을 1-0으로 누르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세 팀이 1승1패로 물릴 가능성이 있지만 팀 퀄리티 밸런스(TQB)의 경우의 수를 따지면 한국이 무조건 유리해서다. 결국 17일 대만전 승리가 결정적이었는데, 장필준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승리였다.
대표팀은 공격에서 고전했다. 6회 이정후의 적시 3루타가 터지기 전까지 1점도 못 냈다. 1-0의 살얼음 리드였다. 선발 임기영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갔고, 8회부터는 불펜이 동원됐다. 8회 마운드에 오른 박진형이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주자를 내보낸 상황. 선 감독의 선택은 장필준이었다. 가장 믿을 만한 구위를 가지고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장필준은 4번 천쯔하오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불을 껐다. 안타 하나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했던 결과가 나왔다. 여전히 1-0의 스코어가 이어진 9회에도 린리와 잔쯔센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등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대만의 추격을 따돌리며 대표팀에 첫 승리를 안았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16일 일본전에서도 장필준의 가치는 빛났다.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8회를 막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2⅓이닝 동안 탈삼진이 무려 6개에 이른다. 강력한 빠른 공 승부는 객관적인 수준이 높은 일본의 타자들에게도 위협적이었고, 대만의 중심타자들에게도 위협적이었다. 장필준의 기량이 통한다는 증거다. 마무리로 세웠던 김윤동(KIA)의 부진을 깨끗하게 날리는 투구이기도 했다.
장필준은 사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선수치고는 나이가 많다. 1988년생, 우리 나이로 벌써 서른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증거다. 고교(천안북일고) 졸업 후 미국 무대 도전, 군 복무 등으로 KBO 리그에 데뷔가 늦었다. 입단 3년차 이하 규정에 따라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얼떨결에 대표팀 최선임의 타이틀도 달았다. 하지만 묵묵히 공을 던지며 책임감으로 동생들을 이끈다.
지난해 56경기에 나서며 팀 불펜에서 입지를 넓힌 장필준은 올해는 마무리로 자리잡았다. 56경기에서 67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8패2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 기세는 국제대회에서도 통했다. 대표팀의 이번 대회 우승 전선을 논할 때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개인적 사정으로 꽃이 늦게 피었지만, 아직 늦은 나이는 아니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돔=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