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감독의 큰 그림이 빛을 발한다.
선동렬 전임 감독 체제에서 첫 국제대회에 나선 한국야구대표팀이 희망을 쏘아 올렸다.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예선 대만전에서 1-0으로 완봉승을 거두며 18일 일본-대만전에 관계 없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첫 경기였던 16일 일본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7-8 역전패를 당했다. 두 번이나 앞서던 경기를 지키지 못해 충격이 컸지만 이튿날 대만을 꺾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선동렬 감독의 국가대표팀 부임 첫 승리라 기쁨이 두 배였다.
일본전에서 선동렬 감독은 다소 여유 있는 투수 운영을 펼쳤다. 9회 마무리투수 김윤동이 제구 난조로 흔들릴 때 교체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만 23세, 프로 3년차 이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에 중요한 것은 경험 쌓기였다.
대만전에서도 선동렬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경험에 중점을 뒀다. 선발 임기영은 7회까지 109개 공을 던지며 마운드를 지켰다. 6회 투구수 97개로 교체가 예상됐지만 그대로 밀어붙이며 큰 경험을 안겼다. 8회 2사 2·3루 위기로 몰리자 마무리 장필준을 조기 투입하며 승리까지 따냈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에 나이 제한에 관계 없는 와일드카드 3명을 선발하지 않았다. 일본과 대만이 3명씩 와일드카드 선수를 선발했지만 선 감독의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 "젊은 선수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며 현재 대표팀 멤버들로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가고 싶다고 했다. 감독이 된 이후 첫 대회라 성적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지만 길게 내다봤다.
투수 쪽에서 장현식·임기영·박진형·장필준 등 그동안 보지 못한 젊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야수 쪽에서도 4번타자 유격수 김하성을 필두로 박민우·하주석·이정후 등이 돋보인다. 일본전 아쉬운 패배에도 하루 만에 충격을 털었고, 젊은 선수들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선 감독은 대만전을 마친 뒤 "대표팀 감독으로서 첫 승이라서 기쁘고, 굉장히 뜻깊다. 일본전에서 억울하게 졌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다시 한 번 한일전을 하기 위해 무조건 이여갸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결승에서 일본과 리턴매치를 기대했다. 경험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향한 선 감독의 큰 그림이 빛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도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