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다 같이 못한 것이죠." 충격의 패배 속 대표팀은 오히려 하나로 뭉쳤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은 지난 16일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7-8로 패배했다. 점수 차가 말해주듯 아쉬움이 짙게 남은 경기였다. 대표팀은 3회말 수비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그러나 4회초 김하성의 홈런포를 시작으로 집중타가 터졌고 4-1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분위기를 잡으면서 그대로 승리를 향해 내달리는 듯 했지만, 6회말 야마카와 호타카의 투런 홈런과 9회말 마무리투수 김윤동의 제구 난조로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 10회초 한국은 승부칭치기에서 류지혁과 하주석의 적시타로 7-4로 앞서 나갔지만, 10회말 우에바야시의 스리런 홈런 뒤 끝내기를 내주면서 패배를 당했다.
통한의 역전패. 그만큼 대표팀 선수들이 받는 충격은 더했다. 자정이 다 돼 경기서 끝났던 만큼, 선수들의 몸은 녹초가 됐다. 또한 역전패에 마음도 편치만은 았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만 24세 미만, 프로 3년 차로 출장 자격이 제한돼 있다. 젊은 선수로 구성된 만큼,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며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젊은 피’ 선동렬 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부진했던 선수를 함께 품으며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를 나섰다. 이날 연장 10회 패전투구가 된 이민호는 자신 때문에 졌다는 죄책감과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에 끝내기를 맞고 마운드에 주저 앉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멍하니 마운드에 있는 이민호를 향해 박민우, 류지혁, 김하성 등 내야수들이 다가가 일으켜 세웠고, 위로의 말과 함께 어깨를 다독였다.
선수들은 흔들렸던 불펜 투수들이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 다시 한 번 설욕할 수 있게 서로 힘을 복돋아줬다. 박민우는 "이민호가 진 게 아니라 팀이 진 것이다. 혹시라도 자책할까봐 다가갔다. 당연히 동료라면 커버해주고 그래야 한다. 투수 혼자 자책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고, 류지혁은 "경기에 졌다고 투수가 혼자 자책할 필요는 없다. 또 대만전 한 경기만 잡으면 결승에 간다. 그 때 설욕하면 되는 것이다. 그만큼 너무 실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끝내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장현식 역시 "졌으면 팀이 못한 것"이라며 패배의 책임을 함께 나눠들었다.
이런 단결력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었다. 대만전을 앞두고, 선수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긴 경기에 대한 피곤함은 남아있었지만, 일본에게 당한 역전패에 대한 아쉬움이나 무기력함은 없었다. 오히려 "대만을 잡고 반드시 결승에 가겠다. 그리고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반드시 설욕하겠다"라며 여전히 밝은 분위기로 경기 전 훈련에 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한 대표팀은 체력적으로 힘든 가운데 대만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다. 대만 선발 천관위의 호투에 막혀 점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끝까지 집중력 있게 물고 늘어졌다. 결국 점수를 뽑아 승리로 이끌었다. 앞선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털고 결승 진출에 성큼 다가간 순간이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