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부신 역투였다. 임기영이 대표팀에 세 가지를 선사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서 대만과 대회 두 번째 경기를 1-0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임기영은 7이닝 무실점 기염을 토했다. 2피안타 3볼넷에 삼진은 7개를 잡았다.
완벽히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 지난달 두산과 한국시리즈서 보여줬던 '빅 게임 피쳐' 면모 그대로였다. 이날 임기영의 호투는 세 가지의 의미가 있다. 짧게 보면 이번 대회, 길게 보면 한국야구 전체에 선물과 같은 호투였다.
우선 한국은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번 대회는 TQB(팀 퀄리티 밸런스) 제도로 순위를 결정한다. 공격이닝과 득점, 수비이닝과 실점 수를 계산하는 복잡한 방식이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을 울린 규정이다.
한국은 앞선 2경기 18이닝 8득점, 18⅔이닝 8실점을 기록했다. TQB는 0.016. 대만은 9이닝 무득점-8이닝 1실점, 일본은 9⅔이닝 8득점-10이닝 7실점이다. 당초 '18일(오늘) 열리는 일본과 대만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계산 결과 어떤 경우의 수도 한국은 최소 2위를 확보했다. 임기영의 역투가 한국에 이번 대회 결승 티켓을 선사한 것이다.
당장 결승에 가서 마운드 운영에도 힘을 보탠 게 두 번째 선물이었다. 당초 대만전은 1+1 선발 카드가 예상됐다. 선동렬 감독은 '배수진'을 친 각오였다. 선 감독은 "임기영이 초반에 흔들리면 바로 바꿀 생각이다"라며 "박세웅과 박진형이 그 후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기영이 7이닝을 버텨내며 선 감독의 카드는 머쓱하게 됐다. 아울러, 임기영의 7이닝 역투 덕에 박세웅과 박진형을 모두 아꼈다. 박진형이 흔들리긴 했어도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냈다. 박세웅은 아예 등판하지 않았다. 이날 휴식을 취한 김윤동과 함덕주까지. 한국은 결승전서 총력전이 가능하다.
임기영이 선물한 마지막은 한국의 미래다. 임기영은 올해 24세. 사실상 1군 풀타임 첫 시즌이었다. 비록 10승에는 실패했지만 23경기서 8승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전반기에는 '무패요정'의 모습이었다. 후반기 다소 주춤했지만 큰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등판한 그는 기대 이상의 호투로 팀 우승에 기여했다.
옆구리 선발 자원은 국제대회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생소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공은 낯선 타자들이 상대하기 쉽지 않다. 당장 홍이중 대만 감독도 "한국 선발투수 변화구가 아주 좋았다. 대만에서는 이런 타입의 투수가 별로 없다. 다양한 변화구가 다양한 코스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타자가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고 감탄했다.
한국야구에 세 가지를 선사한 임기영의 빛나는 역투였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