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참가중인 삼성 투수들은 펑고 훈련을 가장 두려워한다. 오치아이 에이지 1군 투수 코치의 지옥 펑고에 선수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느 펑고 훈련과는 달리 일정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지바 롯데 코치 시절 펑고 훈련만 4시간 걸렸다는 소식에 선수들의 긴장감은 배가 됐다. 오치아이 코치의 일본어 통역을 담당하는 이우일 씨에 따르면 펑고 훈련을 통해 집중력과 하체 강화를 꾀하고자 한다. 18일 박근홍, 황수범, 정인욱이 훈련 대상에 포함됐다.
오치아이 코치는 이날 훈련을 앞두고 "정인욱의 유니폼을 배팅 장갑처럼 시커멓게 만들어주겠다"고 선전포고하기도. 그래서 일까. 정인욱 차례가 되면 타구의 질과 속도가 확 달라졌다. 백핸드가 아니면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수비 범위가 넓다. 정인욱은 내야수 출신답게 몸을 날려가며 타구를 처리했다. 그럴때마다 동료들은 '수비 귀재'라고 찬사를 보냈다.
정현욱 1군 불펜 코치는 선수들의 펑고 훈련을 지켜보며 "잘한다", "안정감있네" 라고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정인욱이 "코치님, 제 유니폼이 장갑처럼 됐어요"라고 하소연했으나 오치아이 코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여곡절 끝에 목표 수치를 달성한 선수들은 쾌재를 불렀다. 펑고 훈련에 나섰던 투수들의 유니폼은 완전 흙범벅이 됐다.
오치아이 코치는 "선수들이 실수만 하지 않으면 30분 만에 끝나는 훈련이다. 다들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시간이 길어질 뿐"이라며 "펑고 훈련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국민 유격수' 박진만 수비 코치와 같은 선수를 키우는 게 목표"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