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길이지만, 가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조용히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강정호(30·피츠버그)의 이야기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땀을 흘리며 실전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소속으로 윈터리그에 참가 중인 강정호의 일정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강정호는 18일(한국시간)까지 21경기에 출전했다. 성적은 사실 좋지 않았다. 타율은 1할3푼7리, 출루율은 2할2푼4리, 장타율은 .205에 처져 있다. 홈런은 1개, 타점은 9개뿐이다. 반대로 삼진은 26개를 당했다. 예전 강정호의 모습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그러나 어차피 예견된 고전이었다. 지난해 12월 음주운전사고 여파로 미국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강정호는 1년 내내 실전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몸도, 실전감각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도미니카 윈터리그의 수준이 아주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선수들도 상당히 많다. 결국 결과보다는 과정을 봐야 한다.
윈터리그에서 바닥까지 떨어졌던 감각만 어느 정도 돌려놔도 성공이다. 피츠버그의 기대도 여기에 쏠려 있었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강정호를 윈터리그에 파견할 당시 “도미니카 윈터리그는 오프시즌에 우리가 강정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리그”라면서 강정호의 실전감각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를 걸었다. 강정호는 50경기 정도를 소화하며 이 과제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외국인 선수 물색차 최근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다녀온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정상은 아니고 생활도 힘들 것이다. 그래도 차분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더라. 워낙 야구를 잘했던 선수이니 감각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수비에서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윈터리그도 없었다면 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뻔했다. 설사 취업비자가 발급돼 미국으로 건너가도 문제였다. MLB 스프링캠프는 2월 중순에나 시작된다. 그 전까지 실전을 뛸 기회가 없다. 시범경기가 시작되면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구조인데, 지금의 시행착오를 그때 겪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25인 로스터 등재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상당 시간을 허송세월했을 가능성이 크다.
윈터리그에서 흘릴 땀이 내년 재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또한 관심이다. 현재 취업비자 발급을 위해 피츠버그가 구단 차원에서 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작년보다는 상황이 낫다”며 발급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선도 읽힌다. 결론적으로 강정호가 자신의 잘못을 딛고 재기할 수 있을지는 윈터리그 성과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