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25·SK)은 2017년 시작 전 구단의 가장 큰 기대를 받은 야수였다. 그러나 기대에는 못 미쳤다. 주전 유격수로 시작했으나 73경기에서 타율 2할3리, 3홈런, 11타점에 머물렀다. 73경기에서 실책만 11개였다.
결국 초반의 내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을 의미 없이 날렸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에도 SK 내야의 최대 기대주는 여전히 박승욱이다. “결국은 박승욱이 성장해야 한다”는 명제는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다. 염경엽 SK 단장은 “박성한이나 안상현과 같이 어린 선수들도 있지만, 2~3년 뒤의 이야기다. 지금은 그래도 모든 면에서 박승욱이 낫다. 가능성은 확실하다”고 기를 살렸다.
SK의 가장 큰 고민은 유격수다. 2루에는 김성현이나 올해 성장한 최항이 있다.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덜해 새로운 선수가 나오는 주기도 짧다. 반면 유격수는 한 번 자리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SK는 나주환 이후 아직 확실히 자리를 잡은 선수가 없다. 김성현이 2루로 갔고, 기대를 모았던 박승욱도 한 번의 시련을 맛봤다. 하지만 대안은 없다. 여전히 박승욱이다. 적어도 SK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박승욱도 자신에 걸리는 기대치를 잘 알고 있다. 이번 가고시마 캠프에서 독한 마음을 먹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표정부터가 비장해졌다. 박승욱도 “작년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와는 느낌이 다르다. 생각도 달라졌다”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작년에는 그냥 뭔가 뚜렷한 목표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잘해야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해는 내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다. 그에 맞춰 훈련을 하다보니 좀 더 알차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실패의 원인은 조급함이었다. 막상 1군 주전의 무게감이 너무 컸다. 박승욱은 “1년 풀타임을 치러본 적이 없었다.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초반에 몇 경기에서 실수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은 경기가 더 많았는데 너무 한 경기를 크게 생각했다. 스스로 압박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한가닥 위안을 찾았다.
하지만 다부진 포부, 그리고 구단 관계자들이 다 인정하는 근성은 살아있다. 올해 쏟아진 비난에 마음이 상할 법도 하지만 “섭섭하고 그런 것은 없었다. 믿어주시니까 실망시키지 않도록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서 “스스로 목표를 세웠다. 시련이 있었지만 적어도 물러섬은 없다.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기본기를 다잡고 있다. SK 코치들은 올 시즌 내내 박승욱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지금 뭔가 안 된다”고 아쉬움을 쏟아냈다. 당장 될 것이 아니라 다들 마무리캠프만 벼르고 있었는데 파트별로 박승욱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기도 하다. 박승욱도 “코치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영상도 찍고, 보기도 한다. 작년에 안 됐던 부분이 무엇인지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 이를 잘 느끼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이 많다. 박승욱은 “올 시즌 영상을 보면 내가 봐도 내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뭔가 결과에만 신경을 쓰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많은 것을 잃은 시즌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못 잡은 것은 큰 마이너스다. 하지만 실패 속에서 직접 느낀 것도 많다. 정신적으로는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주전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준비를 잘 해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