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잘해보고 싶다. 그래서 다시 바꾼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대우(33)는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 진학, 해외 무대까지 노크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상무로 군 입대를 먼저 해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투수로서 재능을 뽐내던 그였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2011년 7월부터 타자로 전향해 재능을 살리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타자로서 김대우도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가능성과 성장세가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김대우는 올해 6월부터 다시 투수로 재전향했다. 투수에서 타자, 타자에서 다시 투수로. 투수로 입단한 시기를 김대우의 야구인생 제 1막으로 표현하자면, 타자로 전향은 제 2막, 다시 투수로 재전향 한 지금이 제 3막이다.
김대우는 올해 투수 전향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17경기(18⅔이닝) 1승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투수로서 약 6년 가까운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최고 구속은 150km를 상회하며 ‘야구 천재’의 재능을 과시했다.
마무리캠프에 투수로 참가해 담금질에 나서고 있는 김대우에 대한 평가는 좋다. 김원형 투수코치의 기대도 크다. 김 코치는“투수를 쉬었지만, 재능이 있는 선수들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내년 시즌 1군 불펜으로 활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전했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대우는 절박했다. 그는 “잘하고 싶으니까 한 번 잘해보고 싶으니까 다시 바꾼 것이다”면서 “이제는 1,2군을 오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수들이 있지 않나. 나는 포지션을 바꿔서라도 마무리캠프에 왔다. 만족 한다”고 말하며 야구장에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했다.
투수로 공백기를 가졌지만 그래도 과거의 재능은 어디가지 않았다. 김원형 코치의 말처럼 스스로 역시 이전과 큰 차이를 느끼지 않았다. 그는 “투수로 다시 뛰어보니 이전과 똑같았다. 어릴 때 던졌던 밸런스 갖고 있어서 괜찮았고 운영했던 것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다만, “타자들의 힘이 많이 붙었고 실력도 많이 향상됐다”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도 언급했다.
앞으로 김대우의 보직은 구원 투수가 될 전망. 그동안 김대우는 구원 투수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그러나 지금은 그 고충을 십분 공감하고 있다. “구원이 쉽지 않더라. 공도 많이 안 던지니 어릴 때는 중간이 더 쉬울 줄 알았다”고 말한 김대우다.
이어 “선발은 뒤에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구원 투수는 짧은 이닝을 중간에서 책임져야 한다. 대기를 계속 해야 하고 어깨도 상황에 따라서 빨리 풀려야 한다”며 “중간 투수가 선발, 마무리보다 더 힘든 것 같다. 다른 구원 투수들이 정말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구원 투수로 갖춰야 할 부분들도 차근차근 습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투심의 연마다. 김대우는 “주자가 있을 때 나가서 던질 수 있으니 땅볼을 유도하는 공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투심을 연습하고 있다”며 “그동안 한 번도 안 던져본 것이라서 밸런스도 잘 안 맞고 제구를 잡는 게 어렵다. 만약 투심 제구가 잡히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투구 연습 외에도 끊임없이 불펜 투수로 갖춰야 할 덕목을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있다. 김대우는 “구원으로 아직 볼 배합이나 타자 상대하는 게 부족하다. 투구할 때도 이미지트레이닝 해서 상황에 맞춰서 던지는 거 연습해야 한다”며 “내가 계속 공부하고 터득해야 한다. 중간 투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는지 동영상을 통해 많이 공부하고 있다. 왼손, 오른손 ,언더 투수, 리그 관계없이 모든 야구리그의 영상을 다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 3막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은 있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마흔 살 넘어서도 할 수 있는 게 야구이기 때문에 나이는 신경 안 쓴다”면서 “트레이너 파트에서도 관리를 잘해주고 있다. 늦었지만 아프지 않고 다시 던질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며 투수로 맞이할 야구 인생 제 3막을 기대케 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