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때도 있었어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풍자는 어디 갔냐", "이빨 빠진 호랑이", "누구 눈치를 보나" 같은 시청자들의 물음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tvN 'SNL코리아'가 시즌9를 마치며 조심스럽게 당시를 떠올렸다.
18일 방송된 'SNL코리아9' 마지막 회에서 신동엽을 비롯한 전 시즌 크루들이 모두 나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모두가 소감을 말할 순 없기에 맏형 신동엽이 대표로 나섰다.
그는 "마지막 녹화가 끝났다. 오랫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우리는 말 못하지만 억울한 때도 있었다. 그런 류의 콩트를 왜 못했는지 이제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011년부터 시작된 'SNL코리아'는 시즌 초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처럼 날카로운 시사 풍자와 맛깔나는 디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김슬기, 김민교 등이 주목받았고 마니아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SNL코리아'가 눈치를 보는 듯했다. 특히 지난 시즌8에서는 풍자는 온데간데없이 성희롱 논란만 불거져 팬들을 아쉽게 했다. 특유의 섹시 코드만 강조한 셈.
물론 완전 외면한 건 아니었다. 김민교가 비선실세 최순실을 패러디해 반짝 화제를 모았지만 매주 토요일 열리던 광화문 촛불집회를 어쩐지 'SNL코리아'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이제야 털어놓게 됐다. 신동엽의 입을 빌려 말 못하고 억울하게 오해만 받았던 때를 에둘러 표현한 것. 신동엽은 "매주 시청자 여러분 눈높이에 맞추면서 웃기려고 했는데 버거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시즌9은 누구보다 화끈하고 짜릿했다. 이명박x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최순실, 정유라까지 날카롭게 풍자했고 19대 대선후보들을 '미우프' 코너에서 유쾌하게 패러디해 보는 재미를 더했던 바다.
한바탕 제대로 놀았던 'SNL코리아'가 시즌9를 끝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시즌10과 폐지의 기로에 놓여 있지만 시청자들은 더 매서운 풍자 웃음을 장착하고 다시 안방을 찾아와 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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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