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극본 천성일, 연출 전창근 김진원)가 마지막까지 호평으로 매듭을 지었다. 메디컬물이든, 법정물이든 한국드라마는 ‘기승전로맨스’라는 오명도 다 옛말이다. 실험적인 드라마들이 시도되고 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시도들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주는 시청자들의 눈이다.
‘더 패키지’는 프랑스로 8박 10일의 패키지여행을 떠난 여행자들의 이야기다. 가이드 윤소소(이연희 분)와 패키지 여행자 산마루(정용화 분)를 중심으로 펼쳐진 전개.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로맨스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의 풍경이 주는 여행프로그램 같은 힐링 그리고 인물마다 숨겨진 복선과 반전이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요소였다.
초반에는 소소를 찾아 따라다니는 의문의 추격자 윤수수(윤박 분)와 소소의 관계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스토커가 아니냐’, ‘과거의 연인일 것이다’ 등의 추측과 달리 두 사람은 알고 보니 남매였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집과 연락을 끊은 누나를 걱정해 모든 것을 던지고 찾으러 온 동생의 형제애가 감동을 선사했다.
이밖에 사귄 지 7년이 넘었지만 결혼이라는 장벽 앞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김경재(최우식 분)와 한소린(하시은 분) 커플, 불륜이라고 오해했던 정연성(류승수 분)과 나현(박유나 분) 부녀, 시한부 아내 한복자(이지현 분)와 모든 걸 알고 있었던 남편 오갑수(정규수 분) 등 모든 여행자들이 주목을 받았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자유여행으로 자신을 찾으러 떠났던 소소는 한국에 도착했고, 회사에 당당히 사표를 던지고 나온 마루와 공항의 ‘몽셀미셸’ 전광판 앞에서 운명의 재회를 하게 됐다.
등장인물의 이름 그대로 소소하고 수수했던 이 드라마는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끝까지 함께 공감하며 달려온 시청자들이 이에 시즌2를 희망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히 이어지는 수순이다. 소소와 마루가 운명의 재회 이후 함께 가이드로 분하며 프랑스에서 또 다른 패키지 여행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 등을 상상하게 하는 것. 그만큼 이 세상 어딘가 소소와 마루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을 법하게 ‘더 패키지’라는 세계를 현실감 있게 전달했다는 증거다. / besodam@osen.co.kr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