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 이후 내내 잠들었던 타선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서 열린 일본과 결승전을 0-7로 패했다. 선발투수 박세웅(3이닝 1실점)에 이어 김명신(⅓이닝 1실점)-김윤동(1이닝 2실점)-김대현(1이닝 2실점)-이민호(1이닝 1실점)까지 차례로 무너졌다. 하지만 3안타 빈공에 시달린 타선의 침묵이 더 뼈아팠다.
일본과 첫 경기 7-8 분패로 아쉬움을 남겼던 대표팀은 이튿날 대만을 1-0으로 누르고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매치업은 이번에도 일본. 한국으로서는 복수의 기회였다. 하지만 타선이 깨어나지 못하며 이날도 그 기회를 놓쳤다.
대표팀은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소집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매치업 팀이었던 KIA와 두산을 제외하면 모두 최소 일주일간 휴식을 취했다. 대표팀에서 한국시리즈 주축으로 뛴 선수가 많지 않으니 실전 감각은 이보다 더 떨어졌다.
결국 연습경기 내내 빈타를 선보였다. 넥센과 두 차례, 경찰 야구단과 한 차례 연습 경기를 가졌는데 세 경기 모두 두 자릿수 안타를 때려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선이 든든한 것 같았지만, 막상 11득점에 불과했다. 경기당 4득점도 만들지 못한 것.
이러한 흐름은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대표팀은 한일전서 정규이닝 동안 일본 투수진 상대로 7안타 6볼넷을 기록했다. 총 13명의 주자가 나간 것. 이 중 홈을 밟은 건 4명. 득점권에서 11타수 1안타로 철저히 침묵했다. 대표팀은 0-1로 뒤진 4회 김하성의 솔로포로 균형을 맞췄다. 이어 안타 두 개와 희생플라이로 역전. 여기에 볼넷 두 개를 더 보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때 이정후가 때린 행운의 2루타가 대표팀의 유일한 득점권 안타였다.
무사 1·2루서 시작한 승부치기서 안타 두 개로 3점을 뽑았지만 이는 공식 기록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대표팀은 일본전을 7안타 6볼넷 3득점으로 마감한 셈이었다.
대만전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대만전은 '한국 킬러' 천관위에 막혀 출루 자체가 적었다. 1회부터 1사 1·2루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이후 천관위에게 틀어막힌 대표팀은 6회 2사 1루서 이정후의 3루타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경기 전체로 범위를 넓혔을 때 득점권 5타수 무안타. 한일전 포함 16타수 1안타의 침묵이었다.
운명의 결승전. 선동렬 감독은 타순에 큰 변화를 두지 않았다. 1루를 맡았던 하주석이 지명타자로 나서며 최원준 대신 류지혁이 나온 게 전부였다. 이번 대회 무안타로 침묵하던 구자욱은 여전히 3번타순으로 나왔다.
결과는 비슷했다. 대표팀은 변변한 출루를 만들지 못했다. 1회 1사 후 이정후가 몸 맞는 공으로 출루했지만 4회 2사까지 추가 출루는 없었다. 4회 2사 후 김하성이 2루타로 살아나갔지만 후속 김성욱이 파울플라이.
대표팀의 이날 경기 유일한 찬스는 4회였다. 2사 후 류지혁과 한승택이 연속 안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믿었던 박민우가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은 없었다. 이후 6회와 7회는 다시 삼자범퇴.
결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득점권서 18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 1안타마저 행운이 깃든 안타였다. 깨어나지 못한 타격감이 아쉬운 준우승으로 이어졌다. /ing@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