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경기에 패배하면서, 빛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류지혁(23·두산)은 새로운 '일본 킬러'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류지혁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일본과의 결승전에 1루수 겸 8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류지혁은 지난 16일 치러진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4-4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류지혁은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적시타를 날리며 대회 첫 타석에서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신고했다. 비록 10회말 끝내기를 맞아 빛을 못봤지만, 류지혁에게는 일본전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류지혁은 지난 17일 대만전에서는 대타로 나와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이으며 좋은 컨디션을 뽐내기도 했다.
일본에게 패배했지만, 대만을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결승전에 진출해 일본을 상대로 설욕에 나섰다. 선동렬 감독은 "류지혁이 일본을 상대로 좋았고, 상대가 좌투수인 만큼 선발 1루수로 출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선동렬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한국은 일본의 타선에 고전했지만, 류지혁은 공·수를 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치며 일본을 괴롭혔다.
가장 먼저 자신의 존재를 빛낸 것은 수비였다. 한국은 2회 선발 투수 박세웅이 제구 난조를 보이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가이가 번트를 댔고, 타구는 1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앞으로 달려나와 공을 잡은 류지혁은 고민없이 3루로 공을 던졌다. 2루 주자는 3루에서 잡혔고, 3루수 정현은 곧바로 1루로 송구해 타자 주자까지 잡아냈다. 무사 1,2루 상황이 실점없이 2사 2루가 되는 순간. 수비 도움에 힘을 낸 박세웅은 후속타자 겐다를 삼진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쳤다.
류지혁은 경기 중반 박민우가 위경련으로 빠지면서 2루로 자리를 옮겼다. 2루에서도 류지혁은 안정적인 수비를 이어갔다. 특히 6회말에는 우에바야시의 다소 짧았던 타구를 앞으로 뛰어 나오면서 런닝 스로우로 1루에 던졌다. 비록 아웃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류지혁의 수비력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타석에서도 류지혁은 제 몫을 했다. 첫 타석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5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들어선 두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한승택의 안타로 3루를 밟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한국은 이날 일본에 0-7로 패배하며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날을 갈며 노렸던 일본전 패배 설욕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류지혁의 활약은 새로운 일본 킬러 등장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