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안정을 찾아가려는 찰나, 통한의 오심이 경기 양상을 뒤바뀌게 했다. 박세웅(22)은 오심 하나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며 실점, 그리고 마운드를 조기에 내려와야 했다.
박세웅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68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초반 좋지 않았던 흐름을 되찾아 오려는 찰나, 구심의 오심 하나가 삼진을 볼넷으로 둔갑시키며 일본전 설욕의 선봉장이 되려고 했던 꿈이 와르르 무너졌다.
박세웅은 이날 초반 좋지 않았다. 정규시즌에도 박세웅은 1회 난조를 겪는 모습을 줄곧 드러냈다. 1회부터 3회까지 언제나 난관이었다. 이날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회 1사 후 마쓰모토 고에 좌익수 방면 2루타로 내보낸 뒤 곤도 겐스케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 위기에 봉착했다. 일단 야마카와 호타카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해 1루 선행주자를 2루에서 잡아냈지만 병살타로 연결시키지 못하며 2사 1,3루로 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일단 우베야시 세이지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1회를 실점 없이 힘겹게 마무리 지었다.
2회 역시 박세웅의 제구는 안정적이지 않았다. 선두타자 도노사키 슈타에 볼넷, 니시키와 료마에 안타를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가이 타쿠야의 희생번트 시도를 3-5-4의 병살플레이로 연결시켜 한숨을 돌리게 했다. 1루수 류지혁의 과감한 전진이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박세웅은 수비의 도움으로 비로소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2사 2루에서 겐다 소스케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해 2회 역시 무실점으로 넘겼다.
1회와 2회 모두 빠른공과 포크볼 제구에 애를 먹던 박세웅이었다. 그러나 번트 병살타 이후 박세웅은 영점을 잡았다. 그리고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맞이한 3회에는 빠른공과 포크볼 외에 커브를 볼배합에 추가하면서 변화를 줬다. 그러자 박세웅의 위력은 더해갔다. 3회말 교다 요타, 마쓰모토, 곤도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연속 탈삼진 행진은 박세웅의 자신감을 더하게 했다.
그러나 이 자신감은 심판의 손짓 하나에 와르르 무너졌다. 4회말 선두타자 야마카와 호타카와 2B2S에서 바깥쪽 코스로 절묘하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졌다. 야마카와의 방망이가 마중을 나오다가 멈췄지만 어느 정도 돌아간 뒤였다. 포수 한승택이 블로킹을 시도했지만 공이 뒤로 빠지며 낫아웃이 되는 듯 했다. 야마카와가 어찌된 일인지 1루로 뛰지 않았고 한승택은 1루로 공을 던져 아웃을 만드는 듯 했다.
대만 국적의 구심은 야마카와의 스윙을 판정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스윙이었다. 하지만 구심은 1루심에게 스윙 여부를 물었고, 스윙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결국 풀카운트까지 몰린 박세웅은 7구째 던진 포크볼이 원바운드 됐다. 볼넷으로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박세웅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스스로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세웅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4연속 탈삼진의 기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내야 수비도 흔들렸다. 우에바야시의 번트 타구를 잡은 포수 한승택이 1루 주자를 2루에서 무리하게 잡으려다 주자들을 모두 살려줬다. 결국 무사 1,2루에서 도노사키에 우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내줘 선제 실점했다. 계속된 무사 1,3루에서 박세웅은 심재민에게 공을 넘기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무사 1,3루의 위기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내 한숨을 돌렸지만 박세웅이 호기롭게 다가서려 했던 경기 중반의 분위기는 일본에 넘겨줘야만 했다. 5회 3점, 6회 2점, 7회 1점을 일본에 더 헌납하며 한국은 결승전에서 0-7 완패를 당했다. 체크 스윙 오심 하나가 박세웅이 조금 더 경기를 끌어주며 일본과 대차게 맞붙을 수 있던 기회마저 날려버렸다. /jhrae@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