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으나 끝내 응답하지 못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주장 구자욱(삼성)의 한 방은 터지지 않았다.
대표팀 타선은 기대 이하. 이 가운데 구자욱의 침묵은 더욱 그렇다. 구자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등번호 36번을 달았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현역 시절 사용했던 등번호. 구자욱이 36번을 달 기회는 이적 혹은 대표팀 뿐이다. 36번의 무게감 때문일까. 구자욱은 등번호의 위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자욱은 2경기 모두 3번 우익수로 나섰다.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러나 16일 일본과 첫 경기서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개를 떨궜다. 0-0으로 맞선 3회 2사 1루 그리고 4-1로 역전에 성공한 4회 2사 2, 3루서 모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17일 대만전도 마찬가지. 구자욱은 1회 1사 2루서 볼넷을 골라나갔다. 그러나 3회에는 삼진 아웃 그리고 6회와 7회에는 범타로 물러섰다. 19일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선동렬 대표팀 감독은 "구자욱에게 편하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3번 우익수로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1회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던 구자욱은 4회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됐다. 6회 1사 후 중견수 플라이로 아쉬움을 삼킨 구자욱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이승엽처럼 극적인 상황에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는 짜릿한 상상을 했지만 아쉽게도 연출되지 않았다. 구자욱이 제 몫을 해줬다면 선동렬호의 운명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구자욱의 부진이 아쉽지만 아픈 만큼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