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나몰라패밀리. 수많은 유행어와 히트곡이 있지만, 방송보다는 공연에 초점을 맞춘 탓에 TV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다. 팬들에게는 아쉽지만, 나몰라패밀리는 지금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개그 공연 '핫쇼'를 공연 중인 나몰라패밀리는 10월 공연 전석 매진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꾸준히 '핫쇼'라는 공연 브랜드를 키웠고, 고장환은 '모르게쒀요 진자'라는 대사로 유명한 패러디 영상으로 SNS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등 멤버들 모두 각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방송을 안 해서 관객들 중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웃었다.
"우리가 방송에 나가지 않아서 의심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다행히 그런 분들도 공연을 보다가 빠져서 환호하고 간다. 그런 걸 보면 뿌듯하다. 방송과 공연을 병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공연에 '올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꾸준히 공연에 집중했고, 특히 올 초부터는 공연만 준비했다. 최근 우리 이름으로 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는데 이것만 빼면 거의 올인이라고 보면 된다."(김경욱)
나몰라패밀리는 '핫쇼'를 위해 투자부터 연출, 기획, 홍보까지 모든 걸 스스로 했다. 공연기획사에서 섭외한 공연으로는 '100%의 자유'를 만끽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조명기구 하나부터 무대 배경까지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고. 분명 힘든 선택이었을 텐데도 이들은 "공연을 위해서"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준비를 하니 '핫쇼' 공연 자체가 '살아숨쉬는 나몰라패밀리'가 됐다. 자연스럽게 공연과 나몰라패밀리가 하나가 됐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걸 다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만나면 매일 공연 얘기 밖에 안 한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모두 '우리 것'이기 때문에 이게 무너지면 끝이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만족할 법도 한데 계속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서로 피드백도 주고 받으며 공연을 발전시키고 있다."(김태환)
그들을 방송에서 보길 원하는 팬들도 분명 많을 터. 이에 대해 나몰라패밀리 고장환은 "어쩌면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모든 걸 다 쏟아부은 공연을 위해서 다른 것에 한 눈 팔 새가 없다는 게 이들의 마음가짐이다.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 소극장에서 잘 쓰지 않는 비싼 조명기구까지 사들이며 공을 들였다.
"우리도 나름대로의 팬이 있다.(웃음) 우리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도 올라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그런 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TV에 나가야 하는데 이를 포기하고 공연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즐거운 걸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까 이기적이라도 우리가 좋은 공연을 해서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자는 생각도 있다."(고장환)
2006년 결성한 나몰라패밀리는 올해 11주년을 맞았다. 이들의 노래 '사랑해요'는 '싸이월드 시절'을 주름잡은 BGM이었고, 이효리, 빅뱅과 나란히 '뮤직뱅크' 1위 후보에 오른 적도 있었다. 지상파 음악방송 순위권에 진입한 유일한 '개가수'(개그맨, 가수를 합친 말)이기도. 대단한 사건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이야기다. 조심스레 전성기 시절을 물으니 나몰라패밀리 멤버들은 "과거 이야기는 사실 우리끼리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옛날에 우리가 이랬지' '우리가 이렇게까지 잘 나갔어'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소위 '구리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우리끼리도 과거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과거에 연연하고, 과거에 빠져서 산다는 것 자체가 싫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과거의 잘 나갔을 때의 이야기를 세월이 한참 지나서도 언급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그런 걸 보면서 '난 그러지 말아야지' 했고, 실제로 안 하고 있다."(김태환)
이들에게는 그 어떤 과거보다 11년 동안 굳건하게 팀을 유지한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다. 개그팀으로 이렇게 오랜 세월 팀을 유지한 건 한 손에 꼽을 정도. 서로 변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체력"이라며 장난스레 대답하면서도 "그것말곤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서로에 대한 변치않는 믿음을 드러냈다. 그런 세 사람에게 개그 방송이 많이 사라진 지금의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를 남겨달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게, 힘들어도 그 시간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라고 하고 싶다.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져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잘 된 친구들이 분명 있다. 그 친구들은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 거다. 수많은 연예계 선배들이 우리에게 항상 그런 말을 했다. '버티면 된다'고. 우리도 아직까지도 '버티기 위해' 매일 공연 회의를 하고, 고민하면서 치열하게 산다. 그렇게 해서 한 팀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기도 했다."(김경욱)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팀을 유지하며 개그를 펼치고 싶다는 세 사람은 "같이 하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큰 돈이 안 되어도 마음의 부자가 된다. 셋이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자체로도 우리는 참 행복지수가 높은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계속 앞으로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나몰라패밀리는 서울 대학로JH아트홀에서 '핫쇼'를 열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