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황재균(30)의 보상선수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롯데가 맞이할 선택의 시간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황재균은 지난 13일, kt와 4년 총액 8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뒤로하고 국내 무대로 복귀했고, 원 소속구단이 아닌 다른 팀으로 이적을 했기에 보상 규정을 따라야 한다. 황재균의 원 소속구단인 롯데는 직전해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2016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기에 황재균의 보상액은 2016년 연봉이 기준이 된다. 2016년 황재균의 연봉은 5억 원이다.
황재균이 kt와 계약을 맺었고 이 계약은 KBO의 승인과 공시가 이뤄져야 실효성이 생긴다. 보상 규정 역시 KBO의 공시일자를 기준으로 한다. KBO는 지난 15일 황재균의 계약을 공시했고, kt는 지난 18일까지 보호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그리고 19일, kt의 보호선수 명단이 롯데에 당도했다. 2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19일 롯데는 삼성과 마무리캠프 첫 연습경기를 치렀다. 그동안 가능성을 보인 신진급 선수들을 테스트해보는 장이었다. 경기는 4-6으로 패했지만 조원우 감독은 향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조원우 감독의 업무는 연습경기만이 아니었다. 황재균의 이적에 따른 kt의 보호선수 명단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이었다. 보상선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롯데는 당연히 보상금 300%보다는 200%의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상 내용을 결론 지었다.
이제 현장과 프런트가 합심해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조원우 감독은 19일 삼성과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전력 분석 팀과 육성팀 직원들과 함께 보상선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온 셈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투수보다는 야수를 선택하는 것이 팀 선수층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수쪽 리빌딩이 착실하게 되어가고 있는 것에 비해 야수쪽은 아직 그에 못 미친다. 조원우 감독은 “이번 kt 쪽 명단을 어느 정도 확인해보니 군 보류 선수들이 많더라. 5~6명 정도는 군 보류 선수로 묶인 것 같다”고 전했다. 군 보류 선수는 자동 보호가 되는 규정이 롯데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문상철, 배병옥, 김영환, 송민섭 등 잠재력 있는 야수들이 군 복무를 하고 있고, 올 시즌 등록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여전히 군 보류 선수로 분류되어 있다.
결국 조원우 감독은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웬만한 야수 자원이 아니라면 투수를 선택할 수 가능성이 높다는 것. 조 감독은 “야수의 경우 팀에도 여전히 많다. 될 수 있으면 투수 쪽으로 선택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큰 틀을 밝혔다. 사령탑들이 더 욕심을 내는 포지션이 있다면 야수보다는 투수다. 조원우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부상 등의 위험이 높은 투수 쪽에서 많은 자원을 수집하면 할수록 향후 팀은 물론 경기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항간에서는 “kt쪽이 전략적으로 투수들을 많이 묶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 유망한 선수들이 다수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망주들이 많은 kt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롯데는 김승회(홍성흔 보상선수), 홍성민(김주찬 보상선수) 등 보상선수로 1군에서 쏠쏠하게 활용했다. 다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FA 보상선수로 1군 전력이 급격하게 증대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팀의 미래를 논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보상선수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는 21일 발표될 ‘황재균의 유산’으로 롯데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