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경기 8득점. 그나마도 비공인 기록인 승부치기 득점을 제외하면 세 경기 5득점이다. KBO리그를 지배했던 타고투저. '타고'는 허상이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서 열린 대회 결승전서 일본에 0-7 완패했다. 선발투수 박세웅(3이닝 1실점)에 뒤이어 나온 불펜진이 5이닝 6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진짜 문제는 타선이었다.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 다구치에게 7이닝 동안 3안타 1사구 무득점으로 철저히 묶였다. 다구치가 내려간 8회에도 타선의 무기력함은 이어졌다. 결국 일본 상대로 영봉패,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회 내내 발목을 잡던 타선의 침묵이 결승까지 이어졌다. 대표팀은 국내서 치른 세 차례 연습경기서 11득점에 그쳤다. 매 경기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지만 결정적 순간 적시타가 없이 잔루만 쌓였다.
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은 예선 한일전서 일본 투수진 상대로 정규이닝 동안 7안타 6볼넷을 얻었다. 나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이 중 홈을 밟은 건 4명에 불과했다. 득점권 11타수 1안타 침묵. 무사 1·2루서 시작한 승부치기서 안타 두 개로 3점을 뽑았지만 이는 공식 기록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대표팀은 일본전을 7안타 6볼넷 3득점으로 마감한 셈이었다. 대만전서는 '한국 킬러' 천관위에 묶여 출루 자체도 드물었다. 득점권 5타수 무안타.
결승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대표팀은 다구치에 막혀 변변한 기회 자체를 잡지 못했다. 1회 1사 후 이정후가 몸 맞는 공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3회 2사 후 김하성의 2루타 때까지 출루는 없었다. 대표팀의 이날 경기 유일한 찬스는 4회였다. 2사 후 류지혁과 한승택이 연속 안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믿었던 박민우가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은 없었다. 이후에는 찬스 한 번 없었다.
3경기에서 득점권 18타수 1안타. 그 1안타마저 상대 수비 실수로 인한 행운이 다소 깃든 안타였다. 속시원한 적시타는 대회 세 경기 내내 자취를 감춘 셈이었다.
타고투저의 리그 성향을 살펴보면 머쓱해지기만 한다. 2015시즌 kt의 1군 합류로 팀당 144경기 체제가 정립됐다. 경기수가 늘어나며 타고투저 흐름에 부채질. 리그 평균 타율은 2015시즌 2할8푼을 시작으로 지난해 2할9푼까지 올랐다. 2016시즌에는 3할타자만 40명에 달했다. 한때 '잘 치는 선수'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3할 타자가 팀당 4명 꼴이었다.
올해도 비슷했다. 리그 타율은 2할8푼6리, 규정타석 3할타자는 32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약간 나아졌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이번에도 타선의 침묵으로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APBC 특별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승엽도 "KBO리그는 타고투저가 너무 심하다. 투수들 성장에 영향있는 구조다"라고 꼬집었다. 비단 이승엽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타고투저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줄곧 있어왔다.
매번 지적에서 빠지지 않던 타고투저가 이번에도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