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두 차례 모두 패배, 준우승으로 끝났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은 19일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0-7로 완패했다. 예선전에서 연장 10회 7-8 대역전패를 앙갚음하지 못했다. 결승전에서는 투타 모두 완패 내용이었다.
두 차례 일본전에서 모두 부진했던 투수 김윤동(24·KIA)과 3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1볼넷)로 마감한 구자욱(24·삼성)의 부진이 도드라졌다.
구자욱은 김하성과 함께 대표팀 중심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과거 국가대표에서 수 차례 명장면을 연출한 선배 이승엽의 양해 아래 배번(36번)을 달았다. 그러나 대회 기간 내내 타격 사이클이 좋지 못했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대만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안타 생산이 없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우익수 뜬공, 삼진, 중견수 뜬공, 1루수 땅볼. 안타 하나 때리지 못한 채 대회가 끝나 고개 숙였다. 해설위원으로 나선 김성근 전 감독은 6회 구자욱의 외야 뜬공을 보고서 "지금 타격감은 괜찮아 보인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대표팀 마무리로 낙점받은 김윤동의 투구도 아쉬웠다. 2경기 1⅔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16.27로 끝났다.
일본과의 예선전, 4-3으로 앞선 9회 세이브 투수로 나섰다. 첫 타자를 3구삼진으로 돌려세운 김윤동은 연속 볼넷으로 흔들렸다. 구심의 석연찮은 볼 판정으로 리듬이 깨진 것으로 보였다. 안타까지 맞아 1사 만루에서 강판됐다. 함덕주가 4-4 동점으로 막으면서 김윤동의 1실점이 기록됐다.
결승전을 앞두고 선동렬 감독은 "김윤동이 불타고 있다. 의지가 상당하다. 기특한 부분이다"라며 "기회 있으면 던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 감독은 "친선대회이지만 국민들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한일전이다. 김윤동이 부진했기 때문에 '왜 또 나오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미래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동은 결승전에서 0-1로 뒤진 5회 무사 1,3루 위기에서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3루 주자 득점은 어쩔 수 없더라도 추가 실점은 막아주기를 기대했다. 4번 야마카와를 삼진으로 잡아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볼넷을 1사 만루, 도노사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허용했다. 좌익수 김성욱의 정확한 홈송구로 2루 주자를 아웃시켜 한숨을 돌렸다. 이닝을 끝냈으면 좋았겠으나, 2사 1,3루에서 니시카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것이 뼈아팠다. 0-2에서 0-4가 되면서 분위기가 사실상 기울어졌다. 승부처였다.
선 감독은 구자욱이 부진해도 타순을 뒤로 내리지 않고 붙박이 3번으로 배치했다. 김윤동에게는 위기 순간에 투입, 선수 스스로 벼랑 끝에서 이겨내길 바랐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 25명의 엔트리를 모두 기용하면서, 선수들의 경험치 누적에 신경썼다. 이왕이면 우승하면 더 좋겠지만, 앞으로 금메달이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대비한 경험이 최우선이었다. 한일 결승전, 지더라도 적은 점수 차로 지는데 목적을 뒀다면 선 감독은 5회 김윤동 대신 연투한 필승조를 투입했을 것이다.
구자욱과 김윤동은 정규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국제대회 기대를 모았으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자욱은 주장 역할까지 맡은데다 36번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김윤동은 마무리 부담에 볼 판정으로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했다.
결승까지 3경기가 열리는 초단기전, 컨디션이 미묘하게 꼬이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끝날 수도 있다. 이승엽처럼, 오승환처럼 결정적인 한 방과 든든한 마무리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겠지만.
선동렬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부진으로 아픈 경험을 했지만, 이를 발판으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제 24살 선수들이다. 이제 막 실력을 쌓아가는 중이다. 프로 데뷔 후 첫 국가대표는 부진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더 많은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부진을 비난하기보다는 미래 성장을 위해 격려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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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김윤동(왼쪽)-구자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