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호가 첫 번째 대회를 마쳤다. 마지막 순간 웃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첫 발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충분한 출발이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0-7로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를 2위로 마쳤다.
이번 대회는 만 24세 미만, 프로 3년 차 이하로 출전 자격이 제한돼 있었다. 나이 제한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 3장이 있었지만 선동렬 감독은 다가오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 등을 대비해서 최대한 많은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승리도 승리지만, 경험에 중점을 뒀고, 그 결과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서며 국제 무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젊은 선수들은 경험을 쌓고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특히 박민우와 김하성은 '국가대표 키스톤 콤비'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정후는 남다른 패기로 '대형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임기영, 장현식을 KBO리그를 넘어서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박진형과 장필준 역시 국가대표 필승조로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그동안 형들에게 가려서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젊은 유망주들의 기량 만개를 확인하면서 대표팀은 순조롭게 세대 교체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반면 보완할 점도 명확했다. 무엇보다 투수진의 한계가 들어났다. 이번 대표팀은 시즌이 끝난 뒤 다소 시간이 지나 실전 감각이나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투수의 기량이 일본보다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선동렬 감독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선동렬 감독은 "변화구를 던져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일본과 대만에 비해서 떨어진다"라며 "힘 위주가 아닌 기본기와 밸런스 위주로 피칭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동렬 감독은 결승전에 등판했던 일본의 선발 투수 다구치 가즈토를 좋은 예로 꼽았다. 선동렬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다구치의 피칭에 대해서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낮게 형성됐다. 변화구도 같은 종류가 아닌 다양하게 들어갔다"라며 "제구력은 우리 투수도 보고 배웠으면 한다"며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성과만큼이나 명확한 과제가 나타난 만큼, 선동렬 감독은 차근 차근 앞으로 있을 대회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선동렬 감독은 "전임 감독으로 첫 대회를 하면서 이번 대회가 좋은 경험이 됐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까지 보완할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다음을 바라봤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