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을 참아가며 뛰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갈망도 컸다.
박민우(24·NC)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활발하게 공격을 펼쳤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리드오프 역할을 부여받은 그는 16일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2타수 1안타 3볼넷으로 끊임없이 일본 투수를 괴롭혔고, 대만전에서도 4타수 2안타로 제 몫을 완벽하게 했다. 특히 매경기 짧은 플라이에도 적극적으로 추가 진루를 노리며 상대의 수비수들을 끊임없이 흔들고 긴장하게 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사실 박민우에게 이런 플레이는 쉽지 않았다. 매경기 끝나고 박민우의 발은 부어올랐고, 그의 발에는 얼음으로 꽁꽁 묶여 있었다. 시즌 내내 달고 다녔던 발목 통증이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마칠 때면 박민우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절뚝거리며 숙소를 빠져가곤 했다.
박민우는 "시즌 때에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조절하면서 뛰다가 포스트시즌 때 쥐어짜면서 100%로 뛰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일본전부터 120~130%로 하다보니 더 충격이 있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몸상태를 설명했다.
지난 8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박민우는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2루 수비 과정에서 주자였던 임병욱의 스파이크에 무릎을 찍혔고, 결국 3바늘을 꿰맸다. 그러나 박민우는 이틀 뒤인 10일 넥센과의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대타로 나왔고, 12일에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박민우는 "젊어서 회복이 빠르다"고 웃어보였지만, 경기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모습이었다.
마지막까지 박민우는 부상과 싸웠다. 박민우는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체한 증세를 호소했다. 저녁을 굶었지만, 여전히 속은 좋지 않았고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만 했다. 경기 전 박민우는 "사실 몸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일본전인 만큼 나가서 꼭 설욕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박민우의 소망을 이뤄지지 않았다. 좋지 않았던 속은 결국 탈이 났다. 좋지 않았던 속은 위경련으로 이어졌고, 결국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하게 됐다. 다행히 박민우는 검사 후 링거를 맞은 뒤 괜찮아져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0-7로 패배해 대회를 2위로 마치며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끊임없이 보여줬던 박민우의 부상 투혼도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